“국가채무 부담으로 재정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가재정 상태를 이같이 진단했다. 이어 “(22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경기회복과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상반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곳에 재정이 투입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내놓은 견해는 박 대통령과 달랐다. 라가르드 총재는 “각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재정 여력이 충분한 나라가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뒤 한국 독일 네덜란드 등 특정 국가를 지목했다.
정부는 총선 이후 경기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는 각오다. 그러나 경기진작용으로 약발을 다한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 수단보다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IMF와 공감하면서도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재정 여력에 한계가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의 재정 여력을 두고 시각차를 보이는 데는 국가채무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8.2%다. 지난 연말 정부는 이 비율이 올해 처음 4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내놓은 ‘대한민국 재정 2015’를 보면 올해 예산 기준 국가채무는 644조9000억원, 국가채무 비율은 40.1%였다.
그래도 지난해 기준 일본(233.8%) 미국(110.1%)은 물론 OECD 국가 평균(112.7%)에 한참 못 미칠 정도로 양호한 수준이다. IMF가 산출하는 재정여력 지표에서도 한국은 241.1로 높은 편이다. 이 지표는 국가채무와 재정규모, 국채 금리 등을 종합해 산출하는 것으로 124 이상이면 안정등급으로 분류된다.
기획재정부는 한국경제의 위기론이 나올 때마다 이 같은 수치를 내세워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가채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국가가 예산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서 생긴 국가빚이 적자성 채무다. 외화자산 매입(외국환평형기금), 융자금(국민주택기금) 등 대응재산으로 상환할 수 있는 금융성 채무와는 달리 세금으로만 갚을 수 있다.
예정처는 ‘대한민국 재정 2015’에서 전체 국가채무 중 적자성 채무가 올해 37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333조원(전망)보다 43조원가량 늘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 국가채무의 53.7%였던 적자성 채무는 지난해 55.9%였고 올해 57.9%로 올랐다.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이나 국채 발행 확대, 금리 인하 등의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적자성 채무는 예상보다 더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채무 40%를 넘느냐보다 중요한 게 내용”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IMF “한국 재정여력 충분” 박대통령 “크지 않아” 시각차 왜
입력 2016-04-1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