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고리’ 폭발? 재앙의 전조?… 전문가들 “억측일 뿐”

입력 2016-04-19 04:22
전날 규모 7.8의 지진이 강타한 에콰도르 페데르날레스에서 17일(현지시간) 자원봉사자들이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시신을 수습해 옮기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최소 350명이 숨지고 2500명이 다쳤으며 수백명이 실종된 상태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해변과 항구 지역에 피해가 집중돼 사상자 규모가 컸다. AP뉴시스
1만4000㎞ 이상 떨어진 일본과 에콰도르에서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것을 두고 전 세계적 지진 사태가 닥칠 조짐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그럴 조짐도 아닐뿐더러 두 지진 사이에는 아무 연관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 과학전문 칼럼니스트인 헨리 폰테인 기자의 기고를 통해 17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두 지역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고, 지진의 유형도 아예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지진은 전진(前震)이나 여진(餘震)을 동반하지만 발생지역 주변에 한정된다. 일본 구마모토현과 에콰도르는 약 1만4500㎞ 떨어져 있다. 서울과 부산 거리의 약 44.6배다. 두 지진이 서로의 전진이나 여진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지진이 일어난 형태도 완전히 다르다. 에콰도르는 전형적인 ‘메가스러스트’(mega-thrust·각도가 45도 이하인 단층)에 의한 지진으로 분류된다. 지질구조판 하나가 다른 판 아래로 섭입(攝入), 즉 밀려들어가면서 생기는 충격이 지진으로 나타난 결과다.

메가스러스트는 보통 판 사이 각도가 낮아 접촉면이 넓다. 당연히 지진규모도 크다. 같은 원인으로 일어난 1964년 알래스카 대지진 당시 강도는 9.2에 달했고, 1960년 칠레 대지진의 강도는 9.5였다.

지진의 원인인 ‘나즈카판’은 매년 남미대륙판 아래로 5㎝씩 밀려들어가지만 이번에는 충격이 갑작스레 커지면서 대형 지진을 일으켰다. 나즈카판은 연령대가 다른 판에 비해 어린 편이라 충돌에 더 격렬히 반응하는 이유도 있다.

일본 구마모토현 지진을 일으킨 단층은 스트라이크슬립, 우리말로는 주향이동단층(主向移動斷層)으로 불리는 것으로 메가스러스트와 유형이 다르다. 인근의 필리핀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들어가지만 이와 상관없는 일반 단층에서 일어났다. 다시 말해 ‘불의 고리’의 영향을 받아 일어난 게 아니다. 14일과 16일 지진 사이 연관성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거리와 유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연달아 대규모 지진이 일어난 것을 두고 재앙의 전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억측이다. 규모 7.0∼7.9 지진은 발생빈도가 매년 10∼20회 내외다. 적어도 한 달에 1번은 지구 어딘가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난다는 의미다. 같은 날짜에 지진 2건이 일어나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이번 경우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 인근에서 연달아 지진이 발생해 피해가 컸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빈번히 지진이 일어난 듯한 착시를 일으킨 면도 있다. NYT는 “두 지진 중 하나가 육지가 아닌 바다 어딘가에서 일어났다면 이처럼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혔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국민일보 전화통화에서 “한꺼번에 지진이 일어난 데다 인명피해가 워낙 커 당장 국내에도 지진이 일어날 것처럼 불안감을 언론이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면서 “객관적으로 국내의 지진 위험성이 커진 것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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