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조선·철강 ‘저유가 피눈물’

입력 2016-04-18 19:06 수정 2016-04-18 21:44

잠시 회복 기미를 보이던 국제 유가가 18일(한국시간) 주요 산유국 간 생산량 합의 불발로 장중 6.8%(서부텍사스산원유) 넘게 급락하자 국내 산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유례없는 초저유가의 영향으로 수주 춘궁기를 겪고 있는 국내 건설, 조선 업종 등의 전망 역시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시장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기술 개발을 통해 유가에 대한 내성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 주요 국가들과 비교할 때 석유 의존도가 높은 편이어서 통상 유가 하락 시 부정적인 효과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큰 편이다. 지난 1월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유가 급락의 한국경제 파급영향’에 따르면 한국의 총수입 중 원유수입 비중은 2014년 기준 18.1%로 독일(5.4%) 미국(10.5%) 중국(11.7%)은 물론이고 일본(16.1%)에 비해서도 높다. 이에 따라 유가 하락 시 수입액 감소 및 구매력 증가 효과가 여타 국가에 비해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2014년 6월 이후 계속되는 유가 하락세는 세계 경제는 물론 국내 경제에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모리스 옵스펠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주요국의 저금리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효과를 상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12월 IMF가 계속되는 저유가 흐름을 두고 ‘세계 경제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이는 국내 경기 전망에도 영향을 미쳐 IMF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각각 올해 국내 성장률을 0.2% 포인트와 0.7% 포인트 낮췄다.

국내에선 조선, 건설, 철강이 저유가로 인한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조선은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해양플랜트 발주 및 인도가 부진하다. 조선 빅3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손실의 대부분이 해양플랜트에서 나올 정도다. 수주도 급감해 1분기 국내 조선업계의 선박 수주는 17만1188CGT(표준환산톤수·건조 난이도를 감안한 선박 톤수)로 지난해 동기(288만6589 CGT) 대비 크게 추락했다. 건설 역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중동지역 발주 급감으로 해외수주가 반 토막 났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8일 기준 해외 수주 총계는 113억196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208억2250만 달러에 비해 46% 감소했다. 특히 중동(-51%) 아시아(-45%) 지역의 수주 감소가 컸다. 철강은 지난달 수출이 14% 넘게 증가하긴 했지만 중국의 성장률 둔화 및 조선 건설 등의 부진으로 여전히 회복이 쉽지 않다.

저유가 흐름이 단기간에 바뀔 수 없는 만큼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생산량 합의 불발은 원유 공급자 다변화로 원유 생산 조정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며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찾거나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