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장애인 수는 250만1112명이다. 국내 총인구 5114만1463명 중 4.89%로 국민 100명 중 약 5명이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장애인 복음화율을 4% 내외로 추정하고 있을 뿐 장애인 성도의 정확한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20일 장애인의 날에 즈음해 한국교회 장애인 선교와 섬김 사역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지난 13일 비장애인 기자는 휠체어를 타고 인근 교회로 이동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장애인들의 처지가 돼본 것이다. 과연 장애인 성도들에게 교회는 접근하기 쉬운 공간일까.
기자는 현실적인 조언을 구하기 위해 지체장애인 목회자 이계윤(58·지체장애인선교연합회장) 목사에게 동행을 요청했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교회 앞에서 이 목사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교회 근처에 도착해 주차한 뒤 차량에 실어 둔 휠체어를 꺼냈다. 태어나 처음 앉아 본 휠체어는 평소 앉던 의자에 바퀴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었다. 체구가 큰 편이 아님에도 휠체어 좌우의 철제 팔걸이와 스커트가드(측면 보호판)가 허벅지를 압박했다. 서서히 휠체어의 미는 바퀴(hand rim)를 돌려 약속장소로 향했다. 이 목사가 보였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려던 순간 휠체어가 휘청했다. 교회 앞 배수구에 휠체어 앞바퀴가 빠져 순간적으로 앞으로 고꾸라질 뻔한 것이었다. 비장애인인 기자가 전동 휠체어를 탄 이 목사의 도움을 받고서야 평평한 길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짧은 인사를 나눈 뒤 교회로 들어가기 위해 현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5m를 채 가지 못하고 휠체어를 다시 멈춰야 했다. 출입구가 여닫이가 아닌 미닫이문으로 돼 있어 한 손으로 휠체어를 고정시킨 채 다른 손으로 문을 밀며 들어가야 했다. 휠체어에 몸을 실은 지 5분여 만에 기자는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던지고 땀에 젖은 셔츠 안쪽으로 손부채질을 했다.
‘예배당은 3층’이라는 안내판을 보고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하지만 이 목사와 기자를 맞이한 것은 ‘백두산’보다 높아 보이는 계단뿐이었다. 이 목사는 “80년대 이전에 지어진 중·소형 교회 대부분은 건축 당시 엘리베이터를 위한 공간 자체가 고려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예배당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주일에야 다른 성도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예배당에 발을 들일 수 있겠지만 평일에는 조용히 기도하고 싶어도 ‘답이 없었다.’ 흐른 땀을 씻어내려 화장실로 향했다. 다시 절망했다. 고작 3∼4㎝ 높이인 문턱을 넘어갈 수 없었다. 안간힘을 다해도 헛수고였다. “2008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공공건물이나 종교시설인 경우 500㎡(151평) 이상에만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대다수의 소형 교회가 같은 형편일 것”이라고 이 목사는 전했다.
인근의 다른 교회는 상황이 달랐다. 주차장 입구부터 교회건물까지의 길이 장애요소 없이 정리돼 있었다. 건물 출입구에는 경사로와 함께 보조 손잡이가 설치돼 있어 팔 힘이 약한 장애인들도 쉽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출입문은 센서가 작동하는 자동문이었다. 이 목사는 “버튼식 자동문은 뇌병변 장애인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센서로 작동하는 자동문을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화장실 앞에도 점자블록이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을 도왔다. 출입문 역시 점자가 양각으로 새겨진 버튼식 자동문이 설치돼 있어 편리했다. 문턱은 없었다. 장애인용 공간으로 들어가 볼일을 봤다. 이 목사는 “장애인용 화장실이라 해도 공간이 좁아 휠체어를 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교회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변기 옆에 부착된 보조 손잡이도 상하 조절이 가능해 휠체어 장애인은 물론 목발 사용 장애인이나 어르신들이 사용하기에도 적합해 보였다.
그러나 예배당으로 이동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이 교회의 경우 두 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어 처음 들어갔던 건물에서 나와 예배당이 있는 건물로 향했는데 붉은 벽돌을 바닥에 깔아 멋을 낸 통행로가 문제였다. 걸어 다닐 때는 아름다워 보였지만 휠체어에 앉아보니 그야말로 ‘척추 고문’이었다. 울퉁불퉁한 벽돌들이 완충장치가 없는 휠체어를 사방으로 흔들어 댔다. 실외 계단 옆으로 설치된 경사로는 입구 쪽 경사로보다 경사도가 컸다. 전동 휠체어를 탄 이 목사가 지나기에도 쉽지 않아 보였다. 크게 숨을 들이키고 힘을 주었다. 순간 경사면에서 앞바퀴가 들리며 휠체어가 뒤로 뒤집힐 뻔 했다. 이 목사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는 각도가 8도 미만이어야 하는데 이 경사로는 10도가 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교회 역시 예배당이 3층에 위치해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이 목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엘리베이터 내부의 거울은 탑승자의 정면에 부착돼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릴 때 거울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닫히는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요.”
엘리베이터 내 거울을 옷매무새 정돈용으로만 생각했던 게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 목사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승하차 안내방송, 계단 손잡이에 층고를 알리는 점자 스티커 부착 등 몇 가지 보완점을 추가로 언급했다.
반나절 경험에 불과했지만 휠체어 위의 생활은 상상 이상으로 고단했다. 장애인을 배려한 환경 요소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장애인 성도들의 접근이 제한된다면 그 교회는 장애(障碍)를 만들어내는 공간이자 장해물(障害物)로 여겨질 수 있다. 휠체어에서 내려오며 가볼 곳이 있었다. 우리 교회는 어떨까.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장애인, 교회를 가다] 예배당 앞 급경사 계단에 절망한 휠체어
입력 2016-04-18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