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가 되면 도심 오피스가 뒷골목은 점심 식사를 하러 나온 직장인들로 왁자지껄하다. 삼삼오오 짝지어 나오면서 행복한 선택의 고민을 하게 된다.
‘오늘은 어디 가서 무얼 먹지.’
대부분 아침 식사도 제대로 못한 채 서둘러 사무실에 출근한 그들에게 점심시간이야말로 맛있는 식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내가 섬기는 동부교회는 서울 강남대로 뒷길 역삼1동에 위치하여 주변에 크고 작은 사무실 빌딩과 오피스텔 원룸 등이 밀집해 있다. 자연히 음식점도 여러 곳 영업하고 있다. 우리 교회는 성전은 웅장하진 않다. 그렇지만 교회 정원에는 나무와 꽃, 잔디밭 그리고 등나무 그늘과 벤치 등이 어우러져 있다. 마치 도심 오피스가의 쌈지공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커피를 들고 교회 정원에 와서 담소도 하고 휴식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17년 전 우리 교회는 늘어나는 주변 사무실의 직장인들을 위해 ‘직장인 수요정오예배’를 드리기로 결정하였다. 낮 12시 5분에 예배를 시작하여 30분 동안 예배를 드리고, 1시 이전까지 식사를 마칠 수 있게 하자는 계획이었다. 예배는 담임목사님이 설교 말씀을 담당하시고, 사회 기도 특송 같은 순서는 직장인 크리스천들이 직장별로 돌아가면서 맡기로 했다.
문제는 점심식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예배 후 각자가 알아서 하라는 건 시간 상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 교회의 입장에서 그렇게 대접하면 안되는 일이다. 당연히 교회가 어떤 형태로든 점심을 제공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는 직장인 정오예배를 실시하고 있는 강북의 몇몇 도심교회 사례를 알아보았다. 빵과 우유를 주는 교회, 김밥을 제공하는 교회, 국수를 제공하는 교회도 있었다. 우리는 고민도 하고 협의도 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따뜻한 밥을 지어서 제공하자!”
수요일마다 따뜻한 점심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은 우리 교회와 같은 중소형 교회로서는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참석할 인원은 처음 30명 정도로 예상하였다. 무엇보다도 식당 봉사할 분들을 정하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감사하게도 기꺼이 자원하는 분들이 있어서 잘 해결되었다.
오늘의 젊은 직장인들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세계를 상대로 매우 힘들게 일하고 있다. 특히 크리스천들은 어지러운 환경에서도 몸가짐을 바르게 하며 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주중에 피곤하게 일하고 나면 가까스로 주일예배나 참여하는 정도이니, 어떻게 바람직한 신앙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주중에 하루라도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직장 근처의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써 영적으로 충전하고, 사랑과 정성이 깃든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것은 그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직장인 수요정오예배의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하고 추진했던 사람으로서 이따금 들러 50명이 넘는 많은 직장인 크리스천들과 더불어 예배도 드리고, 따뜻한 밥 한 끼도 함께 나눈다. 그들의 밝고 흐뭇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두 손 모아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주여, 저 직장인들에게 날마다 새 힘을 주시옵소서.”
이범렬 뉴서울필하모닉 대표
◇약력=△서울대 법대 △한국유통연구소 회장 △시집 ‘사랑하며 기도하며’ △서울 동부교회 은퇴장로
[따뜻한 밥 한 끼-이범렬] ‘심신 충전’ 직장인 점심예배
입력 2016-04-18 18:48 수정 2016-04-18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