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반칙 유도 ‘다이빙’?… EPL, 바디 퇴장 논란

입력 2016-04-18 21:03
레스터시티 공격수 제이미 바디(왼쪽)가 17일 홈구장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퇴장 명령을 내린 조나단 모스 주심에게 항의하고 있다. 모스 주심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쓰러진 바디의 동작을 속임수로 판단했다. AP뉴시스

레스터시티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2015-2016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에서 격돌한 지난 17일 영국 레스터 킹파워 스타디움. 후반 10분 웨스트햄 페널티박스 안에서 레스터시티 공격수 제이미 바디(29)가 드리블 돌파 중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뒤엔 웨스트햄 수비수 안젤로 오그본나(28)가 있었다. 오그본나도 바디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넘어졌다.

바디와 오그본나가 모두 그라운드에 쓰러져 나뒹구는 상황. 레스터시티의 페널티킥, 또는 웨스트햄의 프리킥 중 하나의 판정이 나올 차례였다. 하지만 바디가 페널티킥을 유도할 목적으로 동작을 과장했는지, 손까지 사용하면서 과격하게 수비한 오그본나의 반칙인지 명확치 않았다.

여기서 조나단 모스(46) 주심은 바디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바디의 ‘다이빙’ 속임수라는 판정이었다. 바디에겐 두 번째 경고. 모스 주심은 곧바로 바디의 퇴장을 명령했다.

1-0으로 앞섰던 레스터시티는 이후 수적 열세 속에서 주도권을 빼앗겼다. 후반 38분부터 2분 간 웨스트햄에 연속 골을 얻어맞았다. 후반 추가시간 4분 레오나르도 우조아(30)의 동점골로 어렵게 2대 2 무승부를 거뒀지만 다 잡았던 승리는 이미 날아간 뒤였다. 주심의 다이빙 판정 하나가 경기의 판도를 180도 바꾼 셈이었다.

그렇다면 다이빙의 기준은 무엇일까. 세계 축구의 최상위기관인 국제축구연맹(FIFA)조차 다이빙을 판단할 근거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FIFA가 지난달 5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경기의 규칙’(Laws of the game) 최신호는 심판을 속일 목적으로 동작을 과장하는 행위를 시뮬레이션(Simulation)으로 통칭할 뿐 다이빙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다.

다이빙과 관련한 판단은 여전히 심판의 주관, 선수의 양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심판이 큰 동작으로 넘어진 선수에게 경고하거나, 반대로 의심 없이 상황을 무마할 때마다 다이빙 논란이 벌어진다. 2002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의 역전승에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던 이탈리아 공격수 프란체스코 토티(40)의 퇴장을 부른 동작이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영국 언론들은 바디의 다이빙 논란을 놓고 반으로 갈렸다. 대중일간지 데일리미러는 “심판의 정확한 판정이었다”고 보도한 반면, 정론지인 텔레그래프는 “페널티킥이 선언돼야 했던 상황”이라고 되받았다. 레스터시티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4)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바디는 다이빙을 하지 않았다”며 오심을 주장했다.

레스터시티는 21승10무3패(승점 73)로 선두를 지켰지만 자력 우승까지 남은 승수를 3개에서 줄이지 못했다. 리그 폐막까지 남은 4경기에서 2경기만 비겨도 시즌 내내 지켰던 선두를 빼앗길 수 있다. 공격 전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디는 퇴장으로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어 레스터시티의 우승 전망엔 적신호가 들어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