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새 디지털 증거 수집 제안… “범죄 입증·인권 보호 접점 제시”

입력 2016-04-18 19:18 수정 2016-04-18 21:25

최고참 검찰연구관인 대검찰청 이용(56·사법연수원 20기·사진) 검찰연구관이 새로운 디지털증거 수집 제도를 제안한 연구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전문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연구관은 수사기관의 범죄 입증을 도우면서도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조화로운 접점을 연구, 형사소송법 조항들을 직접 만들어 제시했다. 학계는 최근 애플과 미 연방수사국(FBI) 사이에 불거진 ‘샌 버나디노 아이폰 잠금해제 사건’에 대해서도 시사점이 큰 논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관의 박사학위논문 ‘디지털증거 수집에 있어서의 협력의무’는 지난해 10월 서울대에 제출돼 같은 해 12월 심사위원들의 인준을 받았다. 이 연구관은 지금까지의 형사법 체계가 기존의 물증 등 유체물(有體物) 증거를 전제로 만들어져 정보 혁명을 겪은 오늘날엔 예상치 못한 상황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증거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또 인권보장을 강화하는 보완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관은 정보처리 관리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디지털증거의 수집이 어려워지고 증거의 은닉이 쉬워지는 현실에 주목했다. 따라서 압수수색 영장 집행자가 정보 소유자·관리자에게 저장매체의 작동·접속 등 협력을 요구하면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하면 증인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 준해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과태료 불복제도, 위법수집증거의 능력 배제 등 남용을 통제할 방법을 함께 언급했다.

대부분의 회사가 서버를 분산 보관하는 점에 착안, 원격접속 압수수색 제도를 제안한 점도 눈에 띈다. 그간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장소란에 서버 위치를 특정하지 못해 수사를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 연구관은 서버의 위치를 모르더라도 압수수색 장소에 기재된 컴퓨터에서 서버에 접속, 정보를 내려받아 복제·출력하는 방식의 압수수색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런 때에도 압수 대상 컴퓨터와 서버의 접속성, 관계성 등이 인정돼야 한다는 안전장치를 명시했다.

이 연구관은 해외의 사이버범죄방지조약을 검토해 정보보존요청과 제출명령 등 디지털증거 수집의 다양한 과정마다 입법례를 제시했다.

논문을 지도한 이상원(56)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종래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디지털증거의 새로운 쟁점들을 다룬 논문”이라며 “애플과 FBI 간 갈등 사건에 대한 해결책 기초까지 이야기한 셈”이라고 논평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