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영화인들의 보이콧으로 파행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올해 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하기로 결의했다고 18일 밝혔다. 비대위는 “4월 1일부터 일주일간 SNS와 전화를 통해 소속 회원 전원에게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단체별 회원 과반이 응답했고, 응답자 중 90% 이상이 보이콧에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영화제가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런 극단적인 결정을 하게 된 것은 유감스럽지만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 실행과 영화제의 독립성 보장,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올해 영화제에 영화인들이 참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후 상황에 따라 배우들에게도 보이콧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파문이 커질 우려도 있다.
비대위는 앞서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올해 참가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후 한 달가량 만에 최후통첩을 알린 것이다. 당시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오늘 같은 형식의 기자회견은 이것이 마지막”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영화인들에게 생명과 다름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대위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 등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인 9개 단체로 구성돼 있다.
비대위는 “영화계가 이렇게 한 목소리를 낸 것은 2006년 스크린 쿼터 축소 반대 이후 10년 만의 일”이라며 “부산시의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지켜져 모쪼록 영화제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길 강력하게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의 이 같은 결정에도 부산시는 영화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는 “비대위가 영화제 참가거부 의사를 표명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BIFF와 협력해 올해 영화제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2014년 시작된 부산시와 영화제 집행위원회 사이 갈등은 감사원의 영화제 집행위 감사, 부산시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검찰 고발, 서병수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 표명으로 이어졌다.
이후 영화제 독립성을 위한 정관 개정을 추진하는 영화제 집행위가 총회 의결권을 갖는 신규 자문위원 68명을 대거 위촉했고, 부산시가 이 위촉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지난 2월 25일 부산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다툼은 법정까지 갔다.
자문위원 107명은 BIFF 정관 개정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지난 11일 부산지방법원이 부산시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신규 자문위원들은 본안소송(자문위원 위촉 무효확인 사건)이 끝날 때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그러자 강수연 집행위원회장은 “이대로는 영화제 준비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부산시가 영화제의 자율성,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정관에 합의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예정된 올해 영화제는 현재 상영작 출품 접수, 직원 채용 등을 진행 중이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영화인들 “영화제 독립성 보장 안되면 BIFF 불참”
입력 2016-04-18 19:49 수정 2016-04-18 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