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프로스포츠계가 요즘 유니폼 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프로농구(NBA)가 선수 유니폼에 상업 광고를 도입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미국 스포츠계는 거의 전 종목을 산업화해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지만, 지금까지 선수들의 유니폼만큼은 ‘광고판’이 되지 않도록 보호해왔다. 관중들이 광고로 눈이 마비되는 것 자체를 혐오하는데다, 구단들도 특정 회사와 상품을 광고해주고 버는 돈보다 팀 자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게 장기적으로 훨씬 더 큰 이익이라 판단해왔다. 스포츠 고유의 자존심과 품위를 꺾어서는 안 된다는 명분도 작용했다.
그런데 NBA 사무국은 15일(현지시간) 구단주 총회를 열고 2017-2018 시즌부터 선수 유니폼 상업광고 부착을 허용하고 앞으로 3년간 이를 시범 운영한 뒤 최종 도입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정규 리그 경기에 나서는 팀 선수의 유니폼 상단에 가로와 세로 2.5인치(6.35㎝) 크기의 광고를 부착하며, 모든 광고 판매는 각 구단이 책임지며 판매수익은 구단과 사무국이 반반씩 나눠 갖도록 했다.
회의 뒤 NBA 사무국은 유니폼 광고로 연간 1억∼1억5000만 달러의 수입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담 실버 NBA 커미셔너는 유니폼 광고 도입으로 세계시장에서 NBA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기업이나 광고주의 적극적인 구단 운영 참여, 더 많은 투자를 통한 NBA 경기력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NBA 구단주들을 “돈에만 눈이 먼 맹목적 결정”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현지 언론들은 “이제 농구를 보며 스티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슛동작이 아니라 유니폼에 박힌 광고에 더 집중해야 하느냐”거나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머리띠에서 광고 문구를 봐야 하나”는 등 비난 일색이었다.
유니폼 광고가 결코 스포츠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관중들의 경기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구단 고유의 이미지를 없앤다는 것이다. 때문에 NBA를 제외한 메이저리그(MLB)와 미식축구(NFL), 아이스하키(NHL) 등은 선수 유니폼과 용품 부착물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상업 광고 이외에 선수 개인의 기념휘장조차도 허용치 않는다. 2013년 데뷔 첫해 자그만 태극기 휘장을 글러브에 붙였다가 구단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을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 프로스포츠계는 유니폼 광고가 거의 무제한 허용돼 있다. 일례로 프로야구 대구 삼성 구단 선수들의 헬멧에는 삼성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스마트폰 광고가 수시로 부착되는 식이다.
뉴욕 데일리뉴스는 “NBA 유니폼 광고는 팬들의 구단에 대한 충성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NBA 브랜드의 로열티마저 파괴할 것”이라며 “구단주들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가장 대담한 결정을 내린 것”라고 혹평했다.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NBA 유니폼 광고는 스포츠 자존심 꺾는다”… 美 4대 프로 단체, 첫 허용 반발
입력 2016-04-18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