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3가역 2번 출구로 나오면 타일·도기 특화거리 버스정류장에 흰색 벤치가 있다.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변기를 모티브로 삼아 젊은 예술가가 도기로 만든 것이다. 이 벤치에 앉으면 영화 ‘포레스트 검프’ 주인공이 공원 벤치에서 과거를 회상하듯 서울의 1960∼7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바로 ‘을지유람’이 시작되는 곳이다.
서울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23일부터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을지유람’을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을지문화해설사의 안내로 을지로의 숨은 볼거리와 먹을거리, 오래된 것의 가치, 특색있는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골목길 투어다. 코스를 일주하는 데 약 1시간30분이 소요되며 중구 홈페이지의 ‘을지유람’ 메뉴에서 신청을 하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청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까지 이어지는 2.7㎞의 을지로는 1946년 일제식 명칭들을 개정할 때 고구려 장군 을지문덕의 성을 따라 이름지었다.
조선시대부터 많은 관아가 있었으며 지금은 과거의 흔적과 현대적 모습이 공존한다. 특히 공구, 조명, 미싱, 타일·도기, 조각(금형), 인쇄 등 다양한 도심산업이 밀집돼 있다. 공구거리 주변은 산업화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영화촬영지로도 주목받는다.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을지로3가역 인근에 위치한 ‘송림수제화’는 1936년 개업해 4대째 수제화를 만드는 가게다. 6·25 전쟁 직후 영국군 군화를 개조해 한국 최초의 등산화를 만들어 유명해진 곳이다.
을지로에는 오래된 맛집들이 많다. 양과 대창 전문점인 ‘양미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단골집으로 유명하고 전통아바이순대집은 영화배우 강동원이 즐겨 찾는 맛집이다. 노가리골목과 골뱅이골목도 빼놓을 수 없는 을지로의 명물이다.
중구는 빈 점포를 임대해 청년들에게 창작공간으로 제공하는 ‘을지로 디자인예술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6곳에 입주한 8개팀이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치며 을지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을지로 골목으로 시간여행 떠나보세요”
입력 2016-04-18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