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년만에 사과한 롯데마트… 다른 업체들은 뭐하고 있나

입력 2016-04-18 17:50 수정 2016-04-18 21:51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제조·유통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롯데마트가 공식 사과하고 보상안을 발표했다. 롯데마트 김종인 대표는 18일 “그간 큰 고통과 슬픔을 겪은 피해자들과 가족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원인 규명과 사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점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피해보상을 위해 전담조직 설치, 대상자·기준 검토, 재원 등을 마련하고 검찰 수사가 끝나면 피해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피해보상 협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롯데마트의 기자회견은 내용적으로 미흡하고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 롯데마트는 피해신고센터를 설치해 자발적으로 피해자를 찾겠다는 의사를 피력하지 않았다.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사태 해결의 진정성을 조금이나마 인정받으려면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줘야 했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 업체가 사과와 함께 피해 보상안을 내놓는 데 5년이나 걸렸다. 무고한 고객들과 가족을 죽게 하고 단란한 가정을 파괴한 기업의 ‘대국민 사과’가 늦어도 한참 늦었다. 피해자 조사를 마친 검찰이 이번 주부터 업체 관계자들을 소환한다는 점을 고려해 보상안을 들고 나온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옥시레킷벤키저 등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업체들은 대책 마련은커녕 눈치만 보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기업 윤리라도 갖고 있다면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안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김 대표는 “진상 규명을 위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업체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에 응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이러쿵저러쿵 언급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보상안을 마련하는 대가로 처벌을 감경받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아야 한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 관련자들을 엄벌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