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선거 후 닷새 만에 내놓은 4·13 총선 평가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길이 또한 43초 분량의 네 문장에 불과했다. 핵심은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 국정의 최우선 과제를 민생에 두겠다는 것과 새롭게 출범하는 20대 국회와 긴밀하게 협조해 나가겠다는 것, 두 가지다. 국회를 강력하게 비판했던 선거 전 박 대통령의 결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이번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참패는 박 대통령에 대한 비토나 마찬가지다. 의원내각제 국가였다면 정권을 내줘야 하는 선거 결과다. ‘주권자인 국민이 박 대통령을 탄핵했다’는 극단적 평가마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이렇게까지 민심이 여당에 등을 돌린 원인과 이유는 공천 파동이 크지만 박 대통령의 책임 또한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자성과 성찰이 빠졌다. 처방은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가능하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바뀌지 않는 한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 비박계를 중심으로 “2010년 지방선거 패배 후 이명박 대통령은 사과했다. 민심이 정부와 여당에 몹시 아픈 매를 들었다면 거기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 분노를 달래는 것”이라는 비판들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반응 역시 다르지 않다. 더민주는 “선거 전의 인식과 달라진 것이 없다”, 국민의당은 “대통령의 인식이 안이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이래서야 정부와 오는 5월 30일 임기가 시작되는 20대 국회의 긴밀한 협조는 벌써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이 정도 중대 사안이면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방식을 취하는 게 마땅했다. 진정성이 훨씬 잘 전달됐을 터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일방통행식 방법을 선택했다. 이렇듯 자꾸 소통을 꺼리는 모습으로 비치니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되풀이되는 게다. 대통령의 인식 전환이 급선무다. 국면전환용 인적 쇄신은 없다는 청와대 입장을 납득하기 어렵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총선 민심이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내각 진용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것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만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총선 직후인 지난 14∼15일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31.5%를 기록했다. 취임 이후 가장 낮다. 새누리당 지지율도 27.5%로, 30.4%의 더민주에 역전됐다. 수치상으로는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 이 추세대로라면 지지율 20%대 진입은 시간문제다. 국정 동력을 더 잃기 전에 과감한 인적 쇄신을 포함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김종인 더민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만남을 머뭇거려서도 안 된다.
[사설] 대통령의 4·13 총선 평가에 자성이 안 보인다
입력 2016-04-18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