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서울 생명의숲교회] ‘가장 큰 곳’에 ‘가장 작은 자’ 기도할 곳 없습니다

입력 2016-04-18 19:11 수정 2016-04-18 21:11
서울 명동 생명의숲 교회 정기종 목사가 노숙자와 독거노인들을 위해 펼치는 사역 현장 모습. 예배처소가 없어 명동의 한 건물 10층 휴식공간을 이용해서 모임을 하고 있다. 생명의숲교회 제공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명동으로 진입하는 길 입구에 지하 4층, 지상 20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다. 건물 10층으로 올라가면 입주자와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이 나온다. 정기종(61) 명동 생명의숲교회 목사가 지난해 9월부터 예배처로 삼고 있는 곳이다.

교회는 그 전까지 인근 상가 건물 4층, 30평 남짓한 공간을 빌려 6년 넘게 예배를 드려왔다. 하지만 건물 리모델링을 시작한다고 해서, 보증금 1000만원을 받아들고 나와야 했다. 3개월이면 될 줄 알았는데 건물주 사정으로 공사는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리모델링이 끝날 때까지 잠시 머물려던 건물에서 가을, 겨울에 이어 세 번째 계절을 맞았다.

정 목사는 17일 “이곳을 바벨론이라 생각한다”며 “포로생활 70년을 끝내고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성전을 못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찾다 찾다 이 건물로 들어왔지만 건물주나 입주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도 안다. 나가야 한다는 것을. 정 목사는 “어떻게든 교회 건물을 찾고 있는데 명동에서 찾다보니 쉽지가 않다”고 했다.

왜 명동을 고집할까. 그의 사역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주일예배에 나오는 교인은 10여명 남짓으로 인근에서 구두 닦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50∼60대 남성인 이들은 대부분 결손가정의 가장이다. 정 목사는 “이들은 남 앞에서 쉽게 움츠러들고, 자신을 내놓고 보여주지 못해 기존 교회에선 적응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들을 떠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매주 화요일 저녁,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가장 작은 자’들을 섬기는 사역을 한다. 을지로 인근 노숙자들과 70∼90대 독거노인들이 주로 찾아온다. 서울 영등포나 인천, 경기도 안양 등에서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오는 노인들도 꽤 있다. 노인들은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가깝다고 좋아한다. 저녁 5시30분부터 예배 드리고 말씀 나누고 성경암송을 한다. 정 목사의 아내가 준비해온 김밥 200여개로 저녁 식사를 대신한다. 서울 종로구 평창문화로 예능교회 주방을 빌려 이 교회 긍휼팀원들과 함께 정성스레 만들어온 김밥이다. 원래 200여명이 참석했지만 예배장소를 현재 건물로 옮긴 뒤로는 경비원과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130여명으로 줄었다.

정 목사는 금요일 오후 인근 교회 목회자들과 명동에서 노방전도를 한다. 1980년대 인기 그룹 ‘장욱조와 고인돌’의 멤버였던 그의 찬양은 길 가던 이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한국인보다 중국인, 일본인 등 ‘이방인’들이 주 타깃이다. ‘예수 사랑하심은’ ‘예수님 찬양’처럼 널리 알려진 찬송가를 중국어 영어 일본어로 바꿔 부른다. 상가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경찰에 신고를 해서 종종 경찰이 출동하곤 하지만 외국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정 목사는 “이방인들은 함께 춤도 추고 핸드폰으로 동영상도 찍어가고, 중국인들은 가끔 위안화로 헌금도 내고 가는 등 확실히 반응을 보인다”며 “이런 영적 전쟁이 한창이라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