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녹색돌풍’ 진원지 호남을 찾아 “모든 합리적, 개혁적 세력을 모아 정권교체의 초석을 만들겠다”며 “절대 자만하거나 교만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안 대표의 호남 방문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었던 지난 3일 이후 처음이다. 호남 유권자들은 국민의당에 지역구 의석 80% 이상, 정당투표 40% 이상을 몰아줬다.
안 대표는 17일 당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해 “(호남 유권자들이) 선물이 아니라 숙제를 주신 것”이라며 “선거 결과로 나타난 민의를 반영해 국회가 달라진 모습들을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캐스팅보트 역할에 만족하지 않으며, 향후 국회 운영을 주도할 것”이라고도 했다. 단순 조연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슈를 선도해 3당 구도를 만들어준 지지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정권교체라는 최종 목표도 강조했다. 그는 오찬 간담회에서 “박근혜정권과 낡은 기득권·패권정치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 여러 명의 대통령 후보가 경쟁하는 판을 만들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다시 야권연대 논의가 불거질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는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에만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큰 실례”라고 일축했다. 안 대표는 “대통령 선거 1년 전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것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거 이후 치러질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안 대표는 또 선거 연대를 주장했던 더민주를 겨냥해 “아주 낡은 방식의, 이쪽 표 저쪽 표 합한 산수만 하고 있던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수학을 했다. 국민은 현명하고 정치는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앞서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어 전북 전주로 이동해 더불어민주당과 접전을 치른 당선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전주 한옥마을에서 유권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주 일정에 동행한 천정배 공동대표는 “(국민의당은) 현안이나 정책에 대해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당 내홍 가능성에 대한 지적을 의식한 듯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당론이 정해지면 조금도 불협화음이 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단속에 나섰다.
현지에서 만난 호남 유권자들은 국민의당이 압도적 지지에 도취될 경우 “바로 딴 당으로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광주에 거주하는 신모(52)씨는 “더민주 후보들이 영 못마땅했다”면서도 “새누리당과 협력하든, 더민주와 하든 잘해봤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고 말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64·여)씨는 “일만 잘하면 새누리당도 찍어줄 거다. 못하면 바로 딴 당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에게 반감은 없고 안철수가 딱히 좋지도 않다”며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약속만 지키면 대통령으로 찍는다”고 덧붙였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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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7 21:06 수정 2016-04-17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