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에서 16일(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은 일본 규슈 연쇄 지진과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일본과 에콰도르 모두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에 속한 국가다. 최근 이 지역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잇따라 관측되면서 지구촌이 긴장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오후 6시58분쯤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는 북서쪽으로 170㎞ 떨어진 북서부 태평양 해안 지점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진원의 깊이는 19.2㎞로 태평양 쓰나미 경보센터는 위험한 지진해일이 해안에 밀어닥칠 가능성이 있다며 경보를 발령했다.
저녁시간대를 강타한 지진의 피해는 컸다. 진앙 부근에 있는 페데르날레스시 가브리엘 알시바르 시장은 방송에서 주택 수십채가 무너졌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주민을 구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부 해안에 위치한 에콰도르 최대 도시인 과야킬에서는 고가도로가 무너져 운전자가 깔려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과야킬과 만타 등에서는 관제탑이 무너지거나 통신체제가 마비되면서 공항도 폐쇄됐다.
호르헤 글라스 에콰도르 부통령은 17일 오전 TV 연설을 통해 진앙지에서 수백㎞ 반경에 있는 과야킬, 만타, 포르토비에호 등에서 최소 233명이 숨지고 58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바티칸 국제회의 참석차 외유 중인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24개 주 가운데 6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정부를 믿고 흔들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스포츠 경기와 콘서트도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전면 중단키로 했다.
특히 이번 지진은 일본 지진과 동시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발생 당시를 연상케 한다. 당시에도 환태평양조산대 내에서 여러 차례 크고 작은 지진이 먼저 일어난 뒤 초대형 지진(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다.
환태평양조산대는 남미에서 북미까지의 태평양 해안지역과 일본과 동남아시아, 남태평양 지역까지 이어지는 고리 모양의 지진·화산대다.
이 지역은 특히 지각판 가운데 가장 큰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이나 북아메리카, 인도·호주판과 맞물리는 경계선이어서 지진·화산활동이 잦다. 세계 활화산과 휴화산의 75%가 이 지역에 몰려 있으며 전 세계 지진의 80∼90%도 이곳에서 발생한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지난해 ‘대규모 지진 발생 위험이 있는 대도시’로 에콰도르 키토와 페루 리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필리핀 마닐라 등 이 지역에 속한 도시를 언급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지진이 이어졌다. USGS에 따르면 최근 남태평양 바누아투에서 지난 3∼14일 규모 6.4∼6.9의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했으며, 17일 오전에도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또 지난 2월 대만 가오슝을 강타한 규모 6.4의 지진을 비롯해 여러 건의 지진이 ‘불의 고리’ 지역에서 관측됐다. 때문에 이번에도 이 지역에서 2011년처럼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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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7 21:16 수정 2016-04-18 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