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꼭지 같은 곳에서 빨간 고추장이 콸콸 쏟아져 내려왔다. 14㎏짜리 사각 캔이 금세 꽉 찼고 고추장은 더 이상 내려오지 않았다.
지난 14일 충남 논산시 연무읍 죽본리에 위치한 CJ제일제당 해찬들 고추장 공장의 포장실에서 본 광경이다. 위생모자, 마스크, 위생복, 위생신발을 착용하고 미세먼지 제거를 위해 강한 바람 샤워(?)까지 한 다음 들어갔지만 고추장을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이 순간뿐이었다.
‘시판 고추장이 항비만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권위 있는 국제 전문학술지 ‘저널 오브 푸드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에 등재됐다. 집에서 담근 고추장 못지않은 효능을 가진 시판 고추장이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생산되는지 궁금해 세계 최대 고추장 공장인 이곳을 찾았다. 총12만2300㎡ 규모의 공장에선 고추장 양념장 소스 요리양념 등을 한해 7만t 이상 생산하고 있다.
서울에서 3시간을 달려 공장에 도착했지만 아쉽게도 시설의 3분의 1 이상은 가동 과정을 볼 수 없었다. 청소 중이었다. 공장 안내를 맡은 임홍렬 생산1팀 부장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을 받은 사업장으로, 청소가 공장 일 전체의 3할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최종 제품 출하까지 각 단계별로 위생상태를 철저하게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추장 생산 공정은 대부분 자동화돼 있어 일손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담글 때보다 훨씬 까다로워 보였다. 깨끗한 정수로 세척한 대두 밀쌀 등 원료들을 고온 또는 고압 스팀으로 익힌다는 증자실에 들어서자 눈이 매웠다. 이곳에서 익힌 소맥분을 냉각시킨 다음 황국균을 접종한다는 제국과정은 볼 수 없었다. 일정한 수분, 온도가 유지되는 제국실은 밀폐된 공간으로 공개가 안됐다. 임 부장은 “제국과정은 48∼72 시간이 소요되는데 어떤 국균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고추장 맛이 달라진다”면서 “우리 공장은 2013년부터 자체 생산한 신균주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국과정을 마친 원료는 커다란 압력밥솥 격인 증자관에서 다시 밥을 짓듯 증자시킨 뒤 정제수 천일염 등을 섞어 발효 탱크실로 옮겨진다. 탱크실에는 3층 높이 특수스텐으로 제작된 100t짜리 발효용기 32기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열흘 남짓 됐다는 발효기의 뚜껑을 열자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고 있었고, 막걸리 냄새가 났다. 이곳에서 잘 발효된 원료는 파이프를 통해 배합실로 옮겨진다고 했다.
배합실에 들어서니 비로소 고추장 공장에 온 것이 실감났다. 커다란 가마솥 모양의 제성솥을 열어서 보여주는데 불그레한 고추장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열기가 느껴졌지만 펄펄 끓는 정도는 아니었다. 임 부장은 “유해균만 선별 살균하기 위해 70도 정도의 저온으로 30분간 살균한 다음 파이프로 포장실로 옮겨 용기에 담아 출고한다”고 말했다.
공장 구경을 하면서 손꼽아보니 재료 입고에서 포장까지 총 6번의 이물질 검출과정이 있었다. 특히 맨 마지막 출하 직전에는 유통기한 표기를 확인하는 비전검출기, 이물질 투입 여부를 확인하는 금속검출기, 무게를 확인하는 중량계측기까지 삼중검증이 이뤄졌다. 공장문을 나서는 기자에게 임 부장은 “농협에서 수매한 100% 국산 태양초와 쌀을 비롯해 비유전자변형(Non GMO) 콩 등 최상급의 원료를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논산=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CJ제일제당 해찬들 공장 르포] 집에서 담글 때보다 공정 더 깐깐
입력 2016-04-18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