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오래하는 아내, 남편은 우울하다

입력 2016-04-17 19:06
아내의 근무시간이 길수록 남편이 우울 증상을 보일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와 달리 아내는 남편이 일이 없을 때 가장 우울감을 느꼈다.

연세대의대 윤진하, 서울대의대 강모열 교수팀은 2007∼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부부 1만6112명을 선정해 배우자 근무시간에 따른 우울 정도를 분석했더니 아내 근무시간이 길수록 우울한 남편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17일 밝혔다. 아내가 무직일 때 우울감을 느끼는 남편은 7.1%에 불과했다. 아내의 근무시간이 ‘주 40시간 미만’이면 10.7%, ‘주 50시간 이상∼60시간 미만’이면 11.0%, ‘주 60시간 이상’이면 13.0%로 뛰었다.

반면 아내는 남편이 ‘주 40시간 이상∼50시간 미만’으로 일할 때 우울감을 느끼는 비율이 14.0%로 가장 낮았다. 남편이 무직일 때는 20.4%로 가장 높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산업보건(Industrial Health) 4월호에 게재됐다.

또한 ‘일·가정 양립’이 어려울 때 아내뿐만 아니라 남편도 우울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영 고려대 교수는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보건사회연구’ 4월호에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 남성이 ‘일·가정 양립’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가 클수록 자아존중감은 낮았고 우울감은 높았다. 김 교수팀은 성인기(26∼59세)와 노년기(60∼93세)로 나눠 분석했다.

성인기의 경우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클수록 자아존중감이 낮아지고 우울감은 커졌다. 노년기엔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크다고 해서 곧바로 우울감이 크지는 않았다. 보고서는 “과거와 달리 아내가 하던 가사를 남편이 같이해야 하는 역할을 부여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우울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