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경험법칙에서 벗어난 지진이다.”
일본기상청이 16일 규모 7.3의 본진(本震)을 겪은 후 발표한 내용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하시모토 데쓰오 지진예보정보과장은 “구마모토현 아소지역, 오이타현 중부 등 3개 지역에서 별도의 지진 활동이 관측된다”며 “앞으로 진행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마모토 지진은 지난 14일 1차 강진(규모 6.5) 이후 여진(餘震)만 있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더 큰 본진이 발생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특히 강한 전진(前震) 다음에 더 강한 본진이 따라왔다는 점에서 5년 전 동일본대지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 본진은 이틀 전 같은 지점에서 규모 7.3의 전진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규모 6이 넘는 직하형(활단층형) 지진이 발생한 뒤 그것을 웃도는 본진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내륙형 지진으로도 불리는 직하형 지진은 진원이 급격한 단층활동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고 진원이 얕아 국지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이번 지진은 직하형이면서도 넓은 지역에 진원이 3곳이고, 연달아 큰 규모로 발생했다.
전진과 본진이 다른 단층대에서 발생한 것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진이 발생한 ‘히나구 단층대’ 북쪽 끝 부근은 ‘후타가와 단층대’와 교차하는 지역이어서 연쇄작용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토 히로시 도쿄대 지진연구소 교수(구조지질학)는 “(히나구 단층의) 북쪽 끝 구간은 후타가와 단층의 움직임을 막고 있던 곳”이라며 “전진으로 이곳을 억누르는 힘이 없어졌기 때문에 후타가와 단층이 단번에 갈라졌을 것”이라고 본진 원인을 추정했다.
최악의 경우 광범위하고 강력한 지진이 도미노처럼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히나구 단층대와 후타가와 단층대는 ‘벳부 시마바라 지구대’로 불리는 활단층 지형을 따라 자리 잡고 있다. 동북부 시코쿠 지역을 횡단해 기이반도까지 이어지는 ‘중앙구조선 단층대’와도 이어진다. 여진 발생 지역이 북동 방향인 아소 지역과 오이타현으로 이동하는 것도 이 추측을 뒷받침한다. 일본기상청에 따르면 16일부터 17일 오전 9시까지 아소지역을 진앙으로 하는 지진이 36차례, 오이타현을 진앙으로 하는 지진이 21차례 발생하는 등 여진 진앙이 오른쪽 위 방향으로 띠를 형성하고 있다.
링아이메이 교토대 교수는 “오이타현에서 규모 7이 넘는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관련기사 보기]
5년 만에 다시 몰아친 공포 ‘日 구마모토 지진’
입력 2016-04-17 21:19 수정 2016-04-17 2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