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침체기를 보내고 있는 조선업계가 ‘에코십’으로 불리는 친환경 선박 기술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선박의 오염물질 배출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시장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세계 최초로 메탄올과 LPG를 선박 연료로 사용하는 ME-LGI엔진이 탑재된 선박을 이번 주 인도할 예정이다. 기존 일반중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와 다르게 황 배출이 없는 친환경 선박이다.
현대중공업 기획실 총괄부문장인 정기선 전무는 최근 호주에서 열린 세계 LNG 콘퍼런스에서 “친환경 선박은 새로운 방식으로 시장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며 “환경 규제 이슈 때문에 필요한 분야”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고압용 질소산화물 저감장치를 제작하는 데 성공해 국제해사기구 친환경 규제를 만족시키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 장치는 선박용 대형엔진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분해해 최대 99%까지 줄이는 역할을 한다.
삼성중공업도 친환경 기술 개발을 통해 수주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에너지 절감장치 ‘세이버핀’은 선박 외판에 장착하는 구조물이다. 선체 주변 물의 흐름을 제어해 연료 사용량을 대폭 줄여준다. 이 장치를 장착한 선박에서는 최대 5% 연비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선체 진동도 약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삼성중공업은 프로펠러 앞뒤의 물 흐름을 제어해 선박의 추진력을 향상시키는 에너지 절감장치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천연가스 추진방식 LNG 운반선을 만들어 지난 2월 인도했다. 기존 LNG 운반선보다 연료 효율이 30% 높고, 이산화탄소와 질소화합물, 황화합물 등 오염물질 배출량도 30% 이상 줄였다. 대우조선은 2012년부터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천연가스 추진 선박의 세계시장 규모는 2015년 이후 연간 10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환경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경우 2025년 한 해에만 650척의 천연가스 추진 선박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에코십이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조선사들에 당장 대안이 되기는 힘들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경기침체와 유가하락으로 발주량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친환경 선박을 통해 단기간에 수주를 획기적으로 늘리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또 업계의 역량을 총동원했으나 역풍을 맞은 해양플랜트 사업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17일 “처음부터 전력질주를 하다시피 했던 해양플랜트와는 다르다. 환경 규제 속도에 맞춰 가며 친환경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향후 수요를 생각하면 에코십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불황 조선업계 ‘에코십’으로 숨통 트일까
입력 2016-04-18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