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26) 드림스타트업 대표는 소외계층이나 학교 밖 청소년 및 청년들에게 패션 분야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가다. 드림스타트업은 패션디자이너나 모델, 사진작가를 지망하는 저소득층 청소년과 청년들의 꿈을 지지하기 위해 2014년 설립됐다. 현재 사회적기업 육성팀 단계에 있지만 패션 분야에선 국내에서 유일하다.
“다음세대에게 가정형편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꿈꿀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 창업했다”는 그를 17일 만났다. 흰 셔츠에 검은색 청바지 차림의 그는 깔끔한 인상을 줬다.
울산 출신인 김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의류학과 수업을 몇 번 듣긴 했지만 패션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다. 그런 그가 생소한 분야의 사회적기업가로 나선 건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패션사업가를 꿈꿨던 경험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고교졸업 후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홀어머니 밑에서 외동아들로 자라 가정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보다는 대학에 갈 이유를 찾지 못해서였다.
“저소득층 자녀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학업성취율이나 4년제 대학진학률이 낮은 편이예요. 저 역시 공부에 의욕이 없었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대학보단 의류매장 취업에 관심이 생기더군요. 백화점부터 로드샵까지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여러 곳에서 일했습니다.”
김 대표는 2년 간 의류매장에서 일하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냈다. 자신만의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목표가 생긴 그는 현장을 익히기 위해 가장 먼저 유명 패션기업의 신입사원 모집요강을 확인했다. 고졸자를 원하는 기업은 아무 곳도 없었다. 절치부심 끝에 전문대를 거쳐 4년제인 울산대 경영학과에 편입했다. 패션사업을 잘하려면 마케팅 등 경영도 잘 알아야 할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창업을 준비하던 김 대표가 사업 방향을 튼 건 전공수업 때 사회적기업에 대해 배우면서부터다. 수익을 추구하면서 사회 문제도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의 개념을 배우며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중학생 때 나처럼 저소득층 자녀로 분류돼 함께 급식을 먹던 친구들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알아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대부분 직장을 잡지 못했거나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가난의 대물림이 이런 건가’ 싶더군요. 이 악순환을 끊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어요. 다음세대는 이런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해서요.”
2013년 사회적기업 설립에 도전한 김 대표는 이듬해 4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해 ‘드림스타트업’을 설립한 그는 꿈꿔왔던 사업을 차근차근 펼쳤다.
창업 첫해엔 회사 로고가 박힌 옷을 울산 현대백화점에 3주간 납품해 180여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2015년엔 패션모델 에이전시 YG케이플러스와 손잡고 모델 황현주 양승환 주우재를 ‘드림멘토링’ 강단에 올려 청소년 360여명에게 꿈을 심어줬다.
최근엔 서울 사사다패션스쿨과 협력해 패션 실무교육을 제공하는 ‘패션 꿈스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모태신앙인 김 대표는 현재 크리스천 사회적기업가를 육성하는 심(SEAM)센터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사업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드림스타트업이 1인 기업인만큼 이곳에서 다른 사회적기업가나 사업 멘토들과 소통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전문성도 쌓는 것이다. 3개월 전 이곳에 온 그는 매일 아침 말씀을 묵상하고 잠들기 전 성경을 3장씩 읽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사회적기업가가 신앙이 있으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사회적기업은 결국 타인을 돕는 일인데 그러려면 머리와 마음을 동시에 써야 하거든요. 사업에 어려움이 많지만 누군가를 마음으로 품기 위해 열심히 기도합니다.”
그는 올해, 패션 공부를 하고 싶지만 비용 때문에 엄두를 못내는 이들을 위해 실무 교육을 제공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패션 교육을 위한 영상 콘텐츠 제작도 추진하고 있다.
양민경 기자
grieg@
kmib.co.kr
김경환 드림스타트업 대표 “흙수저 후배들, 패션왕 꿈 향해 함께 달릴까?”
입력 2016-04-17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