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대화하는 시대’ 활짝 열린다

입력 2016-04-18 04:01
페이스북의 메신저 봇을 사용한 날씨 정보 서비스인 ‘판초’ 화면(왼쪽). 판초는 자기소개를 하고 사용자가 어디에 사는지를 대화하듯 묻는다. MS의 스카이프에도 봇을 사용한 기업 계정이 있다. 페이스북 MS 제공

인공지능(AI)과 대화를 나누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네이버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AI 기반의 채팅 프로그램 ‘봇(bot)’을 외부에 개방하며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개발자회의 F8에서 메신저 봇을 공개했다. 페이스북은 메신저를 차세대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사용이 앱 중심이지만 장기적으로 메신저 중심으로 모든 활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메신저 봇은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자동으로 사용자에게 말을 걸거나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날씨 정보 서비스인 ‘판초’ 메신저 봇을 친구로 등록하면 자동으로 날씨 정보를 알려준다. 17일 판초에게 말을 걸어봤다. 판초는 “나는 날씨를 알려주는 판초라고 해. 어디에 사니?”라고 말을 건넸다. “서울에 산다”고 하자 “아, 한국에 있는 서울이구나. 거긴 지금 바람이 좀 불고 구름이 끼었네”라고 말을 하듯 답했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전 세계 9억명이 사용 중이다. 이 중 기업 계정이 5000만개에 달한다. 페이스북은 메신저 봇 개발 프로그램을 공개해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와 대하듯 쇼핑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뉴스를 요약·정리해 주는 곳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봇 대열에 합류했다. MS는 최근 개발자 회의 ‘빌드’에서 ‘지능형 대화 플랫폼’의 시대를 선언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지능화된 기술이 사람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봇이 앞으로 스마트폰 앱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 대 인간, 인간 대 디지털 비서, 디지털 비서 대 봇 등이 서로 대화하는 시대가 조만간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 비서는 시리, 구글나우, 코타나 등 음성 인식 서비스를 가리킨다. MS는 오피스365, 기업용 메신저 슬랙, 메신저 스카이프 등에서 봇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도 이달 말 AI 기반 음성 기반 검색 서비스 ‘라온’을 선보인다. AI와 대화하듯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내용을 찾는다. 인물, 영화, 방송, 날씨 등에 먼저 적용한다.

IT업체들이 기업 중심으로 봇을 개발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봇은 24시간 365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고객 응대를 할 수 있다.

더 큰 이유는 아직 AI 기반의 대화가 사람끼리 하는 것만큼 자연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사용하는 봇은 대부분 사용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을 중심으로 사전에 입력된 답을 한다. 기계학습(머신러닝) 등 AI 기술을 사용해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는 있지만 사용자끼리 메신저를 사용하는 수준에 도달하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인종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MS의 채팅 봇 ‘태이’처럼 AI의 학습 능력은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게 현실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