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저성장 극복을 위해 통화정책보다는 적극적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16일 미국에서 폐막한 G20 회의에선 이러한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제로 금리, 양적완화에 이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동원했음에도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지 못해 통화정책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진단이다. 즉, 완화적 통화정책은 계속 필요하지만 그 의존도를 줄이고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2월 중국 상하이 회의 때 합의된 내용과 비슷하지만 수요 확대를 위한 재정정책 역할과 구조개혁을 더욱 강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선언문은 세계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들이 최대한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정책 권고다. 이런 나라에는 한국과 독일 등이 포함된다. 우리 정부로선 고민이 되겠다.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외부 압박마저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의 국가채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양호한 상태라 재정 확대 여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재정건전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꼭 필요하다면 추경을 편성하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까닭이다. 추경은 중국 경기 악화 등 대외경제가 예상보다 더 나빠질 경우에나 편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 부총리의 언급은 올해 3%대 성장률 달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 여전히 안이한 인식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2.7%로 내린 데 이어 금융연구원(2.6%) LG경제연구원(2.4%) 현대경제연구원(2.5%) 등도 잇달아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국내외 기관 대부분이 우리 경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데 정부만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부정적이다. 새누리당 총선 공약인 ‘한국형 양적완화’도 여소야대 국회로 사실상 물 건너갔다.
남은 건 정부의 재정정책밖에 없다. 추경이 만능 키는 아니다. 효과가 없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여소야대라 추경 편성이 쉽지만은 않다. 그런 만큼 야당과의 소통이 더욱 절실하다. 구조개혁도 마찬가지다. 정치지형 변화로 노동 관련 법안 등 구조개혁 각론을 놓고 야당과의 이견을 좁히지 않으면 추진이 어렵다. 종전과 달리 청와대와 정부는 설득과 타협의 정신으로 무장해야 정책 운용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설] 재정정책·구조개혁, 야당과의 소통 시급하다
입력 2016-04-17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