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 성폭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아버지에게 항소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유일한 증거인 ‘딸의 피해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혼한 아버지가 재혼하자 원망하는 마음에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2013년 11월 세상에 알려졌다. 이모(당시 16세)양은 학교 건물 5층 난간에 앉아 있다가 이를 발견한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그리고 끔찍한 사실을 고백했다. 2011∼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이양은 “여동생과 함께 침대에서 자고 있었지만, 동생이 깨어나 이 상황을 보게 될까봐 반항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아버지 이씨를 위계 등 간음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지난해 9월 이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양의 진술이 일관되고 명확하다는 이유였다. 1심 재판부는 “이양의 나이·경험 수준에 비춰볼 때 범행 상황 등에 관한 진술이 구체적이고 허위로 꾸며냈다고 보기 어렵다”며 “친족 간 성폭력은 제3자에게 털어놓기 힘든 사정이 있고, 이양의 어머니가 신고한 점 등에 비춰 이양의 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하기 충분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아버지 이씨에게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사건 당시 정황과 여동생의 진술 등에 비춰 이양의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2011년 이양은 여동생, 할머니와 함께 같은 방을 사용했고, 그 방엔 침대가 없었다”며 “이양의 여동생은 ‘(범죄 피해 일시에) 언니와 함께 잔 적이 없다’고 분명하게 진술하고 있고 당시 아버지 이씨도 재혼해 다른 집에 살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양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던 2013년 ‘어머니에게 상습 폭행을 당하고 있다’며 선생님에게 거짓말을 하고, 폭행 사실을 꾸미기 위해 자신의 뺨을 분장하기도 했다”며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 재혼 등으로 심리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에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친딸 성폭행 혐의’ 아버지 징역 5년 → 무죄
입력 2016-04-17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