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948일 만에 골… ‘오뚝이’ 오장은

입력 2016-04-17 19:41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수비형 미드필더 오장은(31·사진)은 지난겨울 스페인 전지훈련에 따라가지 못했다.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국내에서 혼자 훈련했다. 뛰고 싶었고, 뛸 수 있었다. 그러나 구단은 회의적이었다. 2년이라는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장은은 은퇴 쪽으로 마음이 조금씩 기울었다. 서정원(46) 감독은 “나는 네가 재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같이 가자”며 흔들리는 오장은을 다잡았다. 그리고 선수 등록 마감 몇 시간 전 구단을 설득해 오장은을 붙잡았다.

오장은이 은퇴하려던 이유는 부상과 그로 인한 공백 때문이었다. 2014년 초 그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 진단을 받았다. 절대적인 안정을 취해야 했다. 그리고 그해 5월 10일 상주전 이후 경기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2014 시즌을 마쳤다. 재기를 꿈꾸던 그는 2015 시즌을 앞두고 참여한 스페인 전지훈련 때 무릎에 이상이 생겼다. 중도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시즌 4월에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호주 브리즈번 원정경기에 출전했다. 그런데 경기 후 무릎 통증이 재발했다. 완치를 위해 수술대에 올랐고, 그렇게 또 한 시즌이 허무하게 지나갔다.

서 감독은 왜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은 오장은을 붙잡았을까? “오장은은 인성과 재능 모두 훌륭한 선수입니다. 우리 팀의 어린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베테랑입니다. 비록 부상 때문에 공백기가 있었지만 절대 버릴 카드가 아닙니다. 오는 6월쯤 오장은이 좋은 플레이를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렇게 빨리 경기 감각을 되찾으니 기쁘죠.”

감바 오사카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19일·오사카)을 위해 17일 일본에 도착한 서 감독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장은은 지난 10일 제주전에 선발 출전해 공·수에 걸쳐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16일 인천전(1대 1)에선 전반 37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2013년 9월 11일 부산전 이후 948일 만에 가동한 득점포였다.

오장은은 검증된 유망주였다. 청소년대표팀 출신으로 15세였던 2000년 벨기에로 축구 유학을 떠났다. 2002년 일본의 FC 도쿄에선 16세 8개월 20일로 프로 경기에 나서 당시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대구와 울산을 거친 그는 2011 시즌을 앞두고 수원에 둥지를 틀었다. 오장은은 공·수를 부지런히 오가며 넓은 활동 반경을 자랑한다. 또 날카로운 공격력도 갖추고 있다. 멀티 플레이어 능력 덕분에 국가 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했다.

느닷없는 태클처럼 부상이 잇따라 엄습했지만, 오장은은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났다. “이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합니다. 감독님과 동료들, 가족이 옆에서 많은 힘을 줬습니다.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 팬 여러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오뚝이’ 오장은의 각오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