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법관 자녀’ 등 부모 신분 드러낸 자소서 수백건

입력 2016-04-17 18:16



교육부는 로스쿨 입학 과정 전수조사에서 수백건의 ‘불공정 입학’ 의심 사례를 확보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로스쿨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로스쿨별로 자기소개서를 포함해 20∼30건의 불공정 입학 서류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불공정 입학으로 규정되는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사회지도층 인사 가운데 어떤 인물이 거론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교육부는 이달 말 전수조사 결과와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학교당 20∼30건 적발”=교육부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40여일간 전국 25곳 로스쿨을 대상으로 최근 3년 치 입학 서류를 전부 들여다봤다. 이 중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입학 서류를 복사해 별도로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로스쿨협의회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교육부 조사관들이) 로스쿨별로 20∼30건을 복사해 갔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로스쿨협은 교육부의 전수조사 때 현장조사 과정을 참관했다.

로스쿨협 측은 교육부에서 문제 삼는 자기소개서의 상당수가 ‘사회지도층 자녀’라는 점도 부인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가 복사해간 것 중에) 대법관 자녀라는 점이 드러난 자기소개서가 있었다. 검찰 고위직 자녀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스쿨협 측은 ‘입학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된 대법관 자녀의 자기소개서 등을 직접 검토해봤다. 굳이 집안 배경을 들먹이지 않아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우수한 학생이었다”며 “교육부가 대학 자율을 강조하면서 지침도 만들지 않았다가 이제 와서 수백건이나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집안 배경을 드러낸 것이 입시 부정이란 지적에 대해 “그렇다면 성장 배경을 아예 쓰지 못하도록 일률적으로 막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입학 취소 등 강경책을 포함한 불공정 입학 제재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제재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문제점은 있다. 로스쿨협 측의 지적처럼 로스쿨 신입생 선발은 사실상 로스쿨 자율로 맡겼던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예컨대 A로스쿨은 자기소개서 등에 부모 이름이나 직위를 쓰지 못하도록 규정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적발됐다. B로스쿨은 이런 규정조차 없다. 이 경우 A로스쿨에 입학한 학생은 학교 규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지만, B로스쿨 학생은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부모 신분 노출이 위법’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입학 취소까지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수조사’ 어디까지 공개할까=교육부는 현재 전수조사 결과를 어느 수위까지 공개할지 고민하고 있다. 전수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발표하기에는 후폭풍을 감당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각종 소송 등이 잇따르고, 로스쿨 제도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의심이 커질 수도 있다.

교육부는 기본적으로 ‘로스쿨 제도를 유지·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법조인 양성을 로스쿨에 맡기는 현 로스쿨 제도의 방향성이 옳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법무부가 ‘사시 4년 유예’ 방안을 발표하자 “우리와는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는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로스쿨 입시의 문제점을 충분히 파악한 만큼 조사결과를 로스쿨 개혁의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때문에 교육부가 ‘불공정 입학’으로 규정한 숫자만 공개하고, 불공정 의심 자기소개서에 등장하는 부모의 구체적인 공적 직위는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고위 판·검사 출신이라도 ‘변호사 자녀 ○○명’ ‘교수 자녀 ○○명’으로 발표하는 식이다. 불공정 사례는 자세히 공개하되 해당 학생이나 부모, 로스쿨을 익명으로 가리는 방식도 가능하다.

세종=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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