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총선 참패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갔지만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혼란만 거듭하고 있다. 당을 수습할 구심점도 없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당 지도부 역시 당분간 와해된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비대위가 꾸려지더라도 계파 간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제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이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최고위원회의와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등 당 지도부 회의는 당분간 열리기 어렵게 됐다. 아직 비대위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데다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원유철 원내대표도 오는 22일 당 전국위원회에서 의결돼야 정식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새누리당으로선 ‘대안 리더십’마저 상실했다는 게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격화된 집안싸움 때문에 총선에서 대패한 만큼 친박(친박근혜)이나 비박(비박근혜) 진영에서 누가 먼저 손을 들고 총대를 메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원유철 비대위’를 둘러싼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김세연 오신환 이학재 황영철 의원은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당을 환골탈태시킬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새로운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되어 비대위를 구성하고 당 정비와 쇄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지도부는 비대위원장을 추천할 명분도, 권한도 없다”고 했다. 또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새누리당에 강력한 ‘레드카드’를 꺼냈지만 우리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비박 일각에선 친박이 향후 당권 경쟁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원 원내대표 중심의 비대위를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반면 친박 주류는 일단 총선 참패 후유증을 극복하는 게 급선무이지만 박근혜정부 임기 후반을 뒷받침할 수 있는 ‘친박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친박계 한 의원은 “5월 초 경선에서 뽑히는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우선 당력을 끌어 모아야 한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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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새누리號… 뼈아픈 ‘대안 리더십’ 상실
입력 2016-04-17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