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범죄 용의자 처리 놓고 신경전

입력 2016-04-17 21:12
말레이시아로부터 인도된 대만인 전화사기 용의자들이 16일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 출국장으로 나오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

중국과 대만이 국외 범죄 용의자 처리를 두고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만 경찰 당국은 16일 새벽 말레이시아로부터 인도된 대만인 전화사기 용의자 20명을 간단한 심문 절차를 거친 뒤 바로 석방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연합작전으로 체포한 중화권 용의자다. 전체 120명 가운에 대만인은 52명이고 나머지는 중국인으로 알려졌다.

대만 당국은 “증거가 없고 체포영장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당국에 수사자료를 요청했다”며 “기소 여부가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안펑산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만 당국이 용의자를 석방하면서 많은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양국 협력관계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체로 전화사기 피해자는 중국인이 많다.

앞서 중국은 대만과 외교관계가 없는 케냐에서 대만 국적 범죄 용의자 45명을 국내로 압송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했지만 대만으로부터는 “대만인을 납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마잉주 총통까지 나서 “중국이 사전통보 없이 우리 국민을 강제 연행한 것은 정의에 위배되는 불법 조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번 대만 당국의 범죄 용의자 석방은 대만에서도 비난받고 있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은 “범법행위는 법률에 근거해 처벌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훙슈주 국민당 주석은 “중국이 범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얻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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