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누구?… 끊임없는 ‘LPGA 韓流’
입력 2016-04-17 19:40
지난 10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장수연(22)은 다음 날 미국 하와이로 향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는 지난 해 롯데마트 여자오픈 챔피언 김보경(30·요진건설)에게 출전권이 있었지만, 김보경의 포기로 장수연으로 바뀌었다. LPGA가 처음이었지만 장수연은 첫날부터 선두권에 오르며 한국 여자골프의 저력을 맘껏 과시했다. 17일 끝난 대회 최종순위는 5위였지만, 마지막 4라운드 16번홀까지 이민지(20·호주), 케이티 버넷(26·미국), 전인지(22·하이트진로)와 우승을 다퉜다.
사실 KLPGA는 LPGA의 선수공급 젖줄이나 마찬가지다. 한 선수가 나와 선풍을 일으키면, 어느새 다른 선수가 또 출연해 세계 여자골프계를 경악시키고 있어서다.
이번 대회에선 지난해 KLPGA 상금왕인 전인지(22)가 우승자 이민지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에 그쳤지만 마지막 홀까지 우승을 다퉜다. 전인지 역시 지난해 KLPGA 최강자 자격으로 참가한 US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LPGA 풀시드권을 따냈다. 그리고 올해 딱 4번 참가한 4개 대회에서 준우승 3차례, 톱3 1번을 차지했다. 정확한 아이언샷과 정교한 숏게임, 퍼팅은 그녀의 전매특허다. 만약 지난 달 초 싱가포르공항 에스컬레이터 화물 충돌 사고로 다치지만 않았다면 우승도 나왔을 법하다.
전인지는 올해 LPGA 시즌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 우승자인 김효주(21)와 함께 ‘교타자’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런가하면 서구선수보다 더 무시무시한 장타력과 무조건 핀을 향해 샷을 하는 공격적 성향을 가진 한국 여자골퍼도 존재한다. 바로 김세영(23)과 장하나(24)다. 장하나는 절반도 다 소화하지 못한 LPGA투어에서 벌써 2승을, 김세영은 1승을 올렸다. 두 선수는 드라이버가 너무 멀리 나가 대회 중 절반 가까이 3번 우드 티샷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는 김효주 장하나 김세영 백규정 등 2014년 KLPGA 상금순위를 다투던 선수들이 LPGA에서도 상금 상위순위에 오르며 신인왕 다툼을 벌였다. LPGA 신인왕은 2011년 서희경, 2012년 유소연, 2015년 김세영가 차지했고, 올해는 전인지가 신인왕 포인트 단독선두다.
올 시즌 LPGA 투어 상금순위에서도 한국선수들은 2위 장하나, 3위 김세영, 5위 전인지, 9위 김효주 등 톱10에만 4명이 들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KLPGA 투어 상금 5위였던 고진영(21·넵스)은 첫 출전한 LPGA 메이저대회 2015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박인비(28·KB금융그룹)와 막판까지 우승을 다투기도 했다. 올해는 지난해 상금 2위 박성현(23·넵스)이 LPGA 투어 대회에 3차례 출전해 공동13위(JTBC파운더스컵), 공동4위(KIA클래식), 공동6위(ANA 인스퍼레이션)란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LPGA 무대에선 “한국 여자선수들에겐 ‘우승 DNA’가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세영 장하나 박성현 같은 장타를 앞세운 공격형 선수에다 전인지 김효주 등 교타자까지 가세하며 대회마다 코스 특징이 다른 LPGA 무대에서 한국 여성이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롯데챔피언십이 열린 하와이주 오아후 코올리나 골프클럽은 페어웨이 폭이 넓은데다 전장도 6383야드에 불과한 쉬운 코스였다. 관건은 거센 바닷바람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첫 출전한 장수연은 지난 주 바람이 거센 제주에서 열렸던 롯데마트 여자오픈에 대비해 낮은 탄도의 샷을 집중 연습했고 이게 이번 대회에서도 도움이 됐다. 이들 외에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이번 대회 우승자 이민지(호주), KLPGA 투어 출신인 노무라 하루(일본) 등 교포 선수들도 세계무대에서 한국인의 매운맛을 과시하고 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