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토론회] 항암신약 경제성평가제 이대로 좋은가… 급여화까지 너무 더뎌 환자만 속탄다

입력 2016-04-17 18:32
쿠키뉴스는 지난 15일 대한혈액학회 산하 다발성골수종연구회와 공동으로 ‘신약의 경제성 평가 및 환자 접근성 대안 모색’ 주제로 고품격건강사회만들기 31회 토론회를 열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대한혈액학회 산하 다발성골수종연구회와 공동으로 지난 15일 ‘신약의 경제성 평가 및 환자 접근성 대안 모색’을 주제로 제31회 고품격 건강사회만들기 방송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항암 신약에 대한 경제성평가제도의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주제= ‘신약의 경제성 평가 및 환자 접근성 대안 모색’

◇일시= 2016년 4월 15일 오후 2시

◇참석=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 백민환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회장, 김진석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 이제중 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교수

◇진행= 원미연 쿠키건강TV 아나운서

◇연출= 쿠키건강TV 신소연 PD

◇방송= 2016년 4월 25일 쿠키건강TV

-국내 암환자 보장성 현황과 평가

◇고형우=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을 2013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약제는 155품목을 보험급여 할 예정이었으나 확대해 164품목을 보험급여를 적용하고, 여기에는 항암제도 포함돼 있어 암환자들의 부담이 많이 줄어든 상태이다. 금년에는 희귀질환에 대한 급여를 강화하고, 사회적 요구는 높으나 비용효과성이 명확하지 않은 약제에 대해 보장성 강화를 고민하고 있다.

◇김진석= 암 환자는 전체 진료비의 5%만 부담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큰 혜택을 받고 있다. 반면 치료약의 경우 급여가 되기 전까지는 비용을 다 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문제는 속도다. 보장성 강화가 신속히 돼야 환자들이 전체 비용을 다 내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백민환= 정부에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들이 많다. 금년 초 200여 품목을 보험급여 추진하겠다는 정부 시책에 희망을 가졌지만 올해 2월에 신약인 포말리스트가 보험급여에 실패했다. 건강보험 재정흑자가 17조원이라고 하는데 왜 환자들에게 혜택이 못 가고 있는지 답답하다.

◇이제중= 해외에서 좋은 신약들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환자들이 실제로 사용하기 까지는 속도가 늦다. 특히 다발골수종은 쓸 수 있는 약이 한정돼 있어 의사나 환자 입장에서 절박하다. 신약이 한정돼 있는 질환은 조금 더 빨리 급여를 해야 한다.



-다발골수종을 통해 본 혈액암 치료와 신약 접근성

◇이= 다발골수종 1차 약제는 벨케이드로 부작용이 있거나 재발할 경우, 2차 약제로 레블리미드를 사용한다. 이후로 병이 계속 진행되면 포말리스트를 사용하는데 대다수 환자들은 경제적 부담으로 다른 항암제를 조합해 사용한 뒤 쓸 약이 없어지면 마지막으로 포말리스트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때 사용하면 이미 늦는다. 경제성평가는 이러한 관점에서 봐야 한다. 환자들이 다른 약제들을 다 쓰고 나서 마지막에 포말리스트를 썼을 때, 그것이 경제적으로 유효할지 아니면 좋은 약을 조기에 써서 약가를 줄일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환자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마지막으로 처방하게 되는 약이 포말리스트이다. 조기에 사용해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이미 포말리스트의 유효성 평가는 국제적으로 검증됐기 때문에 임상적 유효성을 위험분담제 거절 사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김= 우리나라는 신약 보험급여가 해외에 비해 더딘 편이다. 급여를 위해서는 3상 연구를 마치고 추적관찰을 통해 생존율 향상이 증명하는 것이 필요한데 고형암이 1년이 걸린다면 혈액암은 3∼4년 걸린다. 또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제약사가 약가를 낮추기 어려워 정부와 가격 협상이 어렵다. 정부는 급여 승인을 할 때 대체약제를 고려한다. 그렇지만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다발골수종은 대체약제가 있어도 신약이 필요하다.

◇고= 다발골수종은 진료비 중 약제비가 50% 이상 차지한다. 정부는 전년대비 2013년에는 15%, 2015년에는 18% 진료비 급여율을 증가시켰다. 약제비 급여율은 24%, 25%까지 증가시켰다. 암질환은 본인부담이 5%로 적기 때문에 정부의 입장에서는 비용 효과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경제성평가는 1QALY(1년간 환자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효과 분의 약제비) 당 1GDP로 계산한다. 대부분의 의약품은 1GDP 안에서 결정된다. 다만, 항암제는 약가가 높기 때문에 2GDP까지 보험 급여가 가능하다. 약가가 문제될 경우 제약사와 협의를 통해 약가를 낮춰 경제성평가가 유용하게 되도록 해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약이 최대한 빨리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은 하겠지만 임상적 유용성이나 경제성평가 등 비용효과성 평가가 반드시 선행돼 적정한 가격에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 급여 기준으로 경제성 평가를 가장 많이 하는데 실제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추측으로 자료를 만들기 때문에 아주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현재 급여 평가에서 경제성평가 자료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해 보인다. 정부는 전문가 집단의 조언을 구하고 함께 의논함으로써 유동성 있게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백= 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경제성평가가 아니라, 보험급여가 되느냐 안되느냐의 여부이다. 급여 결정을 하는데 경제성평가만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듯한데 환자들에게 얼마나 혜택이 돌아가는지 이런 부분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또 경제성 평가를 하기 어려운 치료제가 있다면 정부는 다른 제도나 방법을 통해서라도 환자를 구제해주어야 한다.



-신약의 경제성평가와 위험분담제, 환자는

◇고= 포말리스트 경제성 평가 결과, 비용은 높은 편이지만 임상적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았다. 때문에 약가를 낮추든지 개선 효과를 입증하든지 해야 한다. 비용은 제약사가 제시하며, 효과는 임상시험 데이터로 입증해야 한다. 현재 협의가 진행 중에 있다.

◇김= 임상 연구에서 A 약제를 사용하지 못한 환자도, 이후에 A 약제를 사용해 동일한 생존율 효과를 보일 수 있는데 바로 교차 투여다. 때문에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질환은 장기 생존을 입증하기 어렵다. 천천히 진행되는 혈액암은 전체생존율로 약제의 효능을 판단할 수 없으며, 무진행생존율에 차이가 있다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반면 정부는 전체생존율에 차이가 나는 약을 우선적으로 승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전체생존율에 차이가 없더라도 좋은 약을 가려낸다면 국가 입장에서도 더 좋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백= 현재 환자들은 자신의 생명이 언제 꺼질지 모르는 촛불처럼 생각한다. 두려움에 많이 사로잡혀 있다.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약인데 경제성평가로 인해 급여가 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상태가 그나마 좋을 때 사용해야지 늦게 사용하면 약의 효능을 많이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포말리스트 외 다잘렉스, 키프롤리스, 파노비노스타트 등 다발골수종 신약이 있다고 한다. 현재 포말리스트 보험급여도 늦는 상황에 이러한 신약들은 또 언제 보험 급여가 될 지 걱정된다.

◇김= 포말리스트에 관심이 큰 이유는 향후 다발골수종 신약들의 급여 방향성의 척도일 뿐만 아니라, 독특한 특성을 가진 혈액암에서의 신약들에 대한 척도이기 때문이다. 3상 임상연구를 통해 대조약 대비 생존율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검증해 전문가 입장에서는 임상적 유효성은 검증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경제성 지표만으로 급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는 정책을 펼쳐 이러한 신약들이 급여권 안으로 들어오길 기대한다.

◇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교차투여 했을 때 임상 연구 효과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좀 더 검토하도록 하겠다. 현재 위험분담제는 계약을 하면 4년 동안 유지되고, 계약이 끝날 때까지 급여 기준 확대가 불가능하다. 또 위험분담제를 적용하는 대상이 대체제가 없는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로 제한되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 약가가 문제라면 정부와 제약업계가 조금씩 양보해 보험급여 시간을 단축시키길 바란다. 환자들이 항상 물어보는 말이 제 신약이 급여가 되냐는 것이다. 약이 출시됐음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불행한 현실이 해결돼 환자들이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백= 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경제성 평가가 아니라 급여가 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슬로건인 힘이 되는 평생 친구가 우리 곁에 영원히 함께하기를 희망한다. 정부가 환자들의 의견을 정책에 잘 반영해 체감도가 높아지길 희망한다.

◇고=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질환, 치료제에 대해서는 위험분담제나 허가초과 사용 등 정비 방안을 검토하겠다. 오늘 말씀하신 분야에 대해서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리=조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