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좁은 골목길 많아 매번 당황스러워”… 외국인들 ‘한국 운전면허 시험’ 분투기

입력 2016-04-16 04:03
중국 허난성 출신 쉬리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응시표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관악경찰서 제공

“중국은 거의 계획도시에요. 그래서 도로도 넓고 반듯하죠. 그런데 한국은 좁은 골목길이 많아서 순간순간 당황스럽습니다. 일방통행인 곳도 많고요.”

쉬리(31·여)씨는 중국 허난성 출신이다. 2008년 상하이 주재원으로 일하던 남편을 만났다.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주말이면 꼬박꼬박 상하이까지 오는 모습에 감동해 3년의 장거리 연애 끝에 결혼해 딸 둘을 낳았다.

그는 요즘 ‘운전면허증 따기’에 도전 중이다. 지난 2월 한국어 수업을 듣는 서울 관악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외국인 운전면허 교실’ 포스터를 본 게 시작이었다. 머릿속에 자신이 운전하는 자동차로 떠나는 가족여행 모습이 떠나지 않았다.

쉬리씨를 포함해 중국 베트남 등에서 온 외국인 10여명은 지난달 관악구 낙성대동주민센터 외국인 운전면호 교실에서 한국인 강사로부터 교통법규 수업을 들었다. 쉬리씨는 열심히 필기하며 수업에 참여했지만 언어와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 강사에게 같은 질문을 두세 차례 반복해야 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남편을 붙잡고 꼬치꼬치 물으며 복습했다.

“수막현상이라는 말이 제일 어려웠어요. 그림으로 그려 달라고 강사에게 부탁을 해서 겨우 이해했죠.”

중국 선양에서 온 리청호(32)씨는 지난해 면접 봤던 회사 관계자가 한 “운전면허가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는 지난해 8월 관악무지개네트워크 등이 주최한 중국인 유학생 경주여행에서 만난 관악경찰서 정진우 경사를 통해 ‘운전면허 교실’을 소개받았다.

두 사람을 포함해 운전면허 교실에서 공부했던 10명은 모두 지난달 31일 치른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운전면허 교실을 마련하고 운영했던 관악서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선 ‘작지만 큰 경사’였다.

두 사람은 이달부터 기능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 안에서 핸들을 움직이며 강사의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건 필기시험보다 더 어려웠다. 15일 만난 쉬리씨는 “방금도 수업을 받고 왔는데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며 울상이었지만 “몸으로 부딪치며 배워 올여름까지 운전면허를 따서 가족여행을 가겠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