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름 앞에 영어 알파벳을 붙이지 않으면 어색한 시대다. 2004년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NH농협은행 등이 줄줄이 나왔다. KEB외환은행을 합병한 하나은행은 6월 7일 전산 통합 이후 각 지점 간판을 ‘KEB하나은행’으로 바꿀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정도만이 영문 없는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은행명에 알파벳 붙이기는 지방이 더 가관이다. DGB대구은행, JB전북은행, BNK부산은행 등 너 나 할 것 없이 영문을 앞세우고 있다. 새마을금고조차 MG새마을금고다.
은행들은 회사명에 굳이 영문을 넣는 이유로 “글로벌 진출에 대비해 외국인들에게 브랜드를 어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영문을 붙이면 브랜드 이미지가 제고되는 느낌도 있다고 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란 이름에 ‘국민뱅크’의 줄임말 외에 ‘코리아 베스트’란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법인명은 ‘중소기업은행’이다. 그래서 이전엔 중소기업만 상대하는 은행이냐는 문의가 많았다. 2007년 1월 ‘중소’를 빼버리고 ‘IBK’를 넣자 개인 고객이 증가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이미지(CI)를 교체한 덕분만은 아니겠지만, 2006년 말 692만명 수준이던 개인 고객이 2015년 말 1390만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농협의 경우 ‘NH’가 농협은행과 지역농협을 구분하는 가늠자다. 농협 가족들도 금융지주 소속의 농협은행과 협동조합 형태의 지역농협을 구분하기 어렵다. 농협 관계자는 “노란 농협 마크 뒤에 곧바로 NH가 오면 농협은행, 지역명이 먼저 나오면 지역농협”이라고 설명했다.
사명에 영문 붙이기가 글로벌 전략이라고 하지만 정작 은행권의 해외 영업망 1·2위는 우리·신한은행이다. 알파벳 없이도 해외영업을 잘하고 있다. 우리은행 해외 네트워크는 208곳, 신한은행은 144곳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WOORI로 외국인에게 소개해도 특별히 불편함은 없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은행명 앞에 알파벳 넣어줘야 글로벌? 너나없이 ‘영문이름’ 바람
입력 2016-04-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