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사안에 따라 보수 편이 될 수도 있고 진보 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특정 이념이나 진영에 속하지 말고 오직 성경에 근거해서 바른 말을 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교회가 누군가의 편을 들었던 경우는 고통 받거나 눈물 흘리는 사람들 이외에는 없었습니다. 성경 본문에 충실하면 바른 말을 하게 됩니다.”
보수적 교회나 목회자일수록 설교 강단에서 정치나 사회 현안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 상당수 성도들은 예배당 안에서는 오직 성경 말씀만 선포돼야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한국교회 대표적 강해설교가로 꼽히는 화종부(56) 남서울교회 목사는 생각이 다르다. 그는 “강해설교를 하면 할수록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성경과 복음에 천착하면 곧은 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30년간 강해설교만 해온 화 목사를 14일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길 교회 목양실에서 만났다. 20대 국회의원 선거 다음날이었다.
그는 성도들에게 던졌던 ‘쓴소리’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는 선거 참여를 독려했고, 세월호 참사 때는 특정 인물에게 책임을 전가할 게 아니라 우리 자신부터 돌아보자고 권면했다. 천정부지로 뛰는 전세값 앞에서는 기독교인만큼은 그렇게 살지 말자고 했고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만 보내려 하지 말고 은사의 크기가 무엇인지 살피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남서울교회의 한 성도는 최근 화 목사가 펴낸 ‘결국엔 믿음이 이긴다’(생명의말씀사·사진) 추천사에 “(목사님의) 말씀과 문장은 타협이 없어 꺼칠꺼칠하다. 세련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가슴이 먹먹하다”라고 썼다.
화 목사가 강해설교에 전력한 것은 성도들에게 성경을 제대로 가르쳐야 되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목사들은 누구나 성도들에게 성경을 가르친다. 그런데 왜 유독 강해설교일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첫째는 복음이 잘 설교되지 않고 있습니다. 윤리 설교가 너무 많습니다. 둘째는 성경이 성경을 말하도록 설교하지 않습니다. 목회자들이 성경 본문을 읽기는 합니다. 그러나 설교가 두루뭉술합니다. 본문을 파고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성도들은 원래 성경 본문이 말하는 의도를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성도들의 신앙은 특정 설교자에게 매여 있습니다. 목회자는 설교를 통해 성도들이 성경 속으로 들어가도록, 예수께로 향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성경 본문에 충실한 강해설교가 최선입니다.”
강해설교는 주제나 윤리 설교처럼 무슨 설교를 할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월요일부터 곧바로 설교 준비에 돌입할 수 있다. 화 목사는 본문 묵상에만 하루 5시간 이상 보낸다. 여기에 8권의 서적을 참고한다. 4권은 주해와 주석이며 4권은 목회적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설교 준비는 절대로 몰아서 하지 않는다. 매일 준비한다. 그러면 일주일 내내 묵상이 되고 말씀의 잔영이 깊게 남는다. 화 목사는 강해설교 덕에 목회가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강해설교가 영적 도전과 긴장감을 던지며 사유의 폭을 확장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더 많은 목회자들이 성경 본문을 연구해 성도들에게 좋은 영의 양식을 먹일 수 있는 치열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회는 지난 30년간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부흥을 위해서만 열심을 냈지, 성도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약했습니다. 이제 변화해야 합니다. 오직 예수와 예수 사건만 선포돼야 합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화 목사는 한때 네덜란드의 개혁가인 아브라함 카이퍼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목회자로 소명을 받으면서 복음을 전하는 사명자의 길을 걸어왔다. 서울 내수동교회에서 전도사와 목사로 사역했고 영국 에딘버러대에 유학, 교회사를 공부했다. 옥스퍼드한인교회 담임을 맡았고 귀국해서는 제자들교회에서 13년간 목회했다. 2011년 12월부터 남서울교회 담임을 맡고 있다. ‘읽는 설교, 갈라디아서’ 등 강해설교집도 여러 권 펴냈다.
그는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하나님의 절묘한 솜씨”라고 했다. 여야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교회 역시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제는 목사와 성도들이 동역하고 연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교회를 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하게 한국교회 안에는 성도와 목사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세상의 원리입니다. 성도는 목사를 견제하지 말고, 목사도 성도를 존중하며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목회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화 목사는 즉시 답했다. 골로새서 1장을 인용하면서다.
“첫째는 말씀을 충실하게 여는 것입니다. 곧 ‘그리스도의 비밀’을 알리는 것입니다. 성경의 비밀을 풀어서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사명입니다. 둘째는 성도들의 신앙이 자라도록 하는 일입니다. 셋째는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채우는 것입니다. 목회는 희생과 죽음입니다. 목사는 자기 목을 내놓고 평생 살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본전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사람이 길러지지 않습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성경 본문에 충실해야 세상에 곧은 소리 낼 수 있어”… 강해설교가 화종부 남서울교회 목사
입력 2016-04-17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