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이다.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향하던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해상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해 304명(사망 295명·실종 9명)이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2년이 지났지만 진실규명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안산시 단원구 고잔1동 한 연립주택 상가 2층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기록들이 집약된 공간이 있다. 10평 남짓한 ‘416기억저장소’다.
14일 오전 찾아간 416기억저장소는 분주했다.
모자를 눌러쓴 실무자들이 “아가야 네 눈물을 기억하마. 그리고 난 안단다. 그곳 천국에는 더 이상의 눈물은 없을 거라는 것을”이라는 글이 적힌 벽면을 마주하고 기록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김종천(45) 416기억저장소 사무국장과 사무원 6명, 자원봉사자 60여명은 이곳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각종 온·오프라인 기록물을 수집·정리하는 일을 한다.
2014년 8월 문을 연 416기억저장소는 4·16가족협의회 소속 조직으로 안산시 시민기록위원회,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네트워크, 서울시 추모기록 자원봉사단이 모여 시작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민들의 성금, 전문가의 재능기부, 자원봉사로 만들어졌다.
기억저장소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은 지난 2년간 전남 진도 팽목항, 안산,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국회 등 곳곳을 찾아다니며 단체와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세월호 기록을 모으는 한편, 주관한 세월호 관련 행사를 기록으로 남겼다.
김 국장은 “오프라인으로 모은 무더기 건수만도 40만건이 넘고 디지털 건수는 너무 많아 셀 수도 없다”며 “지난 2년간 세월호 참사 기록 작업에 재능을 기부한 인원은 5000여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416기억저장소는 희생 학생 35명의 빈방 기록사진을 전시하는 ‘아이들의 방’ 순회 전시도 열었다. 올해는 ‘세월호참사 기억프로젝트-두 해, 스무네 달’이란 기록전시회를 안산과 서울 광화문 전시장, 제주 기억공간리본에서 9월 4일까지 순회 전시한다.
416기억저장소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상가건물 2층에는 44평 규모의 416기억전시관이 있다. 기억저장소가 운영하는 이곳에는 임시보관 중인 기록물과 방문객들에게 세월호의 참상과 진실규명 과정을 소개하는 기억함, 사진 등이 있다.
구 상록구청, 안산시청, 정부합동분향소에는 제1·2·3서고가 있다. 서고에는 기록물 외에 아이들이 여행 때 가지고 갔던 캐리어와 그 안에 들어있던 세면도구부터 인형, 옷에 이르기까지 유품들이 보관돼 있다.
김 국장은 “416기억은 기록을 통해서만 영원할 수 있다. 기억을 만들어가고, 유지하고, 우리 사회를 바꾸는 일을 시민의 힘으로 시작했으니 끝까지 시민의 힘으로 완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과 4·16가족협의회, 안산 단원고 등은 15일 단원고 기억교실 임시이전 등의 내용이 담긴 ‘4·16교육사업 협약’을 체결하려 했으나 내부 추인 과정에서 이견이 있어 잠정 연기됐다. 협약서 초안에는 단원고 기억교실을 안산교육청 별관으로 임시 이전하고, 도교육청이 단원고 옆에 4·16민주교육원(가칭)을 건립하면 이곳에 기억교실을 영구보존하는 내용이 담겼다. 안산=글·사진 강희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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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년, 안산 ‘416기억저장소’·‘기억전시관’ 가보니…
입력 2016-04-1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