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발생 731일째인 14일 오전 10시 진도군 팽목항. 항구에 정박한 배에 탑승하려는 차량과 선원들이 이따금 오갈 뿐 항구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참사 2주기를 앞두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설치해 둔 분향소는 한산했다. 긴 추모행렬이 이어졌던 1주기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가족대기실을 지나 30㎡ 남짓 작은 분향소에 들어서니 애잔한 음악과 함께 벽걸이형 TV에서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이 돌아가고 있었다. 예쁘고 환한 미소, 멋 부린 헤어스타일, 가지런한 옷매무새를 한 희생 학생들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갔다는 사실에 마음이 착잡했다.
벽면에는 사고 사망자 295명과 미수습자(실종자) 9명 등 304명의 영정사진이 걸려있었다. 영정 사진들 아래 제단 위에는 과자, 우유, 초코파이, 초콜릿, 사탕 등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제단 향로에는 타다만 작은 향이 애처롭게 꽂혀 있었다. 분향소 안을 감도는 슬픔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다 태우지 못한 듯 보였다.
제단 오른쪽 바닥 한쪽에는 어른 검정고무신 8켤레와 예쁘고 앙증맞은 아이 노란고무신 1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조은화·허다윤양, 남현철·박영인군, 양승진·고창석 선생님과 일반 승객 권재근·이영숙씨, 아빠 권재근씨와 함께 배를 타고 가다 돌아오지 못한 혁규군의 신발이다.
팽목항 가족대기실에는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은화양 어머니 이금희(47)씨와 아버지 조남성(53)씨, 동생 재근씨와 조카 혁규군을 잃은 권오복(60)씨, 사고 7일 만에 시신을 수습한 단원고 진윤희양 삼촌 김성훈(40)씨 등 4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은화양의 아버지는 아직도 2년 전 4월 16일에서 시간이 멈춰져 있다. 그날 이후 팽목항 분향소를 지켜온 김씨는 “은화를 찾아 함께 이곳을 떠나겠다는 생각밖에는 없다. 그래야 은화를 잃은 아픔을 조금이나마 삭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오전 11시가 가까워지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30여명이 분향소를 찾았다. 두 교육감은 고인들에 대해 묵념한 뒤 가족대기실서 직원들과 함께 사망자와 미수습자 가족들이 편집해 만든 영상을 10여분 동안 시청했다.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배에 오르는 아이들을 학부모들이 배웅하며 다정히 손을 흔드는 장면, “배가 잠기고 있어요. 무서워 지금 너무 무서워”라며 사고 당시 문자를 보내는 2년 전 참사 당시의 아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담긴 영상에 이들은 고개를 떨궜다.
선내에서 “구명조끼 입으라는 것은 침몰되고 있다는 것 아니야”라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들의 마지막 모습이 나올 때는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국가가 가장 먼저 구한 사람은 그들을 버리고 나온 (세월호) 선장과 선원이었다’는 자막과 함께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이 해경에 구조되는 영상에는 함께 분개했다.
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는 이재정 교육감과의 면담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4명의 아이들이 세월호 인양 후 돌아오면 (공부하던) 교실에 한 번 갈 수 있게 해 달라”며 무릎을 꿇고 울면서 애원했다.
낮 12시. 팽목항 방파제 등대길로 나온 은화양 어머니는 ‘내 가족을 못 찾을까 봐 무섭습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가리키며 “저 글이 가장 무섭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인양이 끝났는데도 ‘배 안에 혹시 은화가 없으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무섭다”며 “상상하기도,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부는 선체의 중량을 줄이는 부력 확보 작업을 펼치는 등 사고 해역에서 세월호를 끌어올리기 위한 사전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다음 달까지 세월호의 선수를 들어올린 뒤 선체 밑에 인양용 리프팅 빔을 설치해 7월까지 인양을 끝낼 계획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부가 인양을 비공개로 진행하자 감시단을 구성해 인양작업 일지를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인양 현장에서 2.6㎞ 떨어진 6동거차도 뒷산에 천막으로 작은 움막 3동을 설치해 임시 거처를 마련한 뒤 3∼4명 단위로 11개 조사팀을 구성해 1주일씩 교대로 인양 현장을 800㎜ 줌 카메라로 지켜보고 있다. 진도=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진도 팽목항 르포] “혹시 내 딸 은화가 저 배 안에 없을까봐 무서워요”
입력 2016-04-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