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는 대통령과 군 통수권자로서 갖춰야 할 판단력이 부족한 것 같다.”(클린턴) “월가와 유착된 클린턴이 정치 변화를 주장하는데 믿을 수 있겠는가.”(샌더스)
CNN방송 주관으로 15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민주당 대선경선 TV토론은 날카로운 고성이 오가는 신경전의 연속이었다. 8개월 전 민주당의 첫 TV토론 당시만 해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상대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배려와 매너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두 사람의 품위는 온데간데없었다. 사회자인 CNN앵커 울프 블리츠가 “상대방에게 서로 고함만 지르면 시청자들이 누구의 말도 알아들을 수 없다”고 뜯어말려야 할 만큼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이날 토론은 향후 경선 레이스에 큰 영향을 미칠 뉴욕 경선(19일)을 닷새 앞두고 열린 것이어서 두 후보 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으로 이어졌다. 포문은 샌더스가 먼저 열었다. 샌더스는 ‘상대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을 갖췄다고 보는가’라는 첫 질문부터 클린턴에 대한 흠집 내기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클린턴의 ‘월가 스폰서’와 국무장관 시절 이라크 외교의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에 클린턴은 고개를 왼쪽으로 90도 돌려 샌더스를 노려보며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클린턴은 “미국 대통령이 되려면 그에 걸맞은 판단력부터 갖춰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공방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이유는 뉴욕 경선의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샌더스는 최근 경선에서 7연승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뉴욕만큼은 이곳 상원의원 출신인 클린턴을 상대로 이기기가 쉽지 않다. 만일 샌더스가 뉴욕에서 클린턴을 이긴다면 경선 판도를 단번에 바꿔놓을 수 있다. 하지만 대의원 291명이 걸린 뉴욕을 놓친다면 전세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 뉴욕의 대의원 규모는 6월 7일 경선이 예정된 캘리포니아(546명) 다음으로 많다. 또 뉴욕의 선거결과는 인근 펜실베이니아(4월 26일) 뉴저지(6월 7일) 등 동부지역의 남은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
NBC방송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뉴욕에서 클린턴의 지지율은 57%로 샌더스의 40%보다 17%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클린턴은 이날까지 대의원 1776명을 확보해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2383명의 74.5%를 확보했다. 반면 샌더스가 확보한 대의원은 1118명으로 후보 지명에 필요한 인원의 46.9%에 그쳤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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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샌더스 ‘뉴욕 혈투’… 美 민주당 CNN TV토론서 고성 주고 받으며 열띤 설전
입력 2016-04-15 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