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는 차가운 현실 따뜻하게 만들어”

입력 2016-04-15 21:18
중국 베이징 한국문화원 강당에서 14일 열린 드라마 ‘태양의 후예’ 공동 시청 행사에서 중국인들이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배우 송중기가 등장하는 한국 관광 홍보 영상을 관람하는 모습. 한국관광공사 제공
마지막 장면이 나오자 아쉬운 탄성과 함께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송된 ‘태양의 후예’의 마지막회가 끝난 14일 밤 10시(현지시간). 150여명의 중국인이 베이징 차오양구 광화루 한국문화원 강당에 모여 마지막회를 함께 시청했다. 중국인들은 대사 하나하나, 한 장면 한 장면에 관심 있게 반응했다. 송혜교가 살아 돌아온 송중기에게 “다 필요 없어. 혼자 살 거야”라며 토라지듯 말하자 강당 전체에 까르르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죽은 줄 알았던 진구가 등장했을 땐 “와” 하는 함성도 들렸다. 드라마 중간중간 주제곡이 흘러나오자 너나없이 흥얼거렸다.

드라마 종료 뒤 한 회도 안 빼고 다 봤다는 야오후이링(31)씨와 바이스(29)씨를 만났다. 야오씨는 한국에 16번, 바이씨는 9번이나 다녀왔다고 했다. 야오씨는 마지막회를 본 소감에 대해 “슬픈 결과가 나올까 봐 무척 걱정했는데 해피엔딩이라 아주 흡족하다”고 말했다. 바이씨는 한국 드라마가 인기 높은 이유에 대해 “남녀 주인공 모두 꽃미남 꽃미녀이고 드라마 내용도 꿈이나 동화 같다”면서 “차가운 현실을 따뜻하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에 끌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에도 군인이 나오는 드라마가 많지만 전쟁과 삶이 연결돼 있지 않은 데 반해 한국 드라마는 전쟁 속에서도 삶과 사랑이 그려진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드라마에 나왔던 강원도 태백에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관광공사 중국지사가 마련했다.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와 광저우, 선양, 시안 등에서도 동시에 진행됐다. 관광공사의 김한규 베이징지사 과장은 “베이징은 시청 희망자 150명만 받았지만 계속 신청자를 받은 시안은 3000명이나 몰렸다”면서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드라마의 인기를 한국 관광과 연결시키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드라마 시작 전 경기도 분당의 카페 거리와 파주의 옛 미군부대 캠프그리브스, 드라마 속 우르크를 옮겨 놓은 태백 등 드라마에 등장한 주요 관광지들이 소개됐다. 행사장에 초청된 한국여행 전문가 자오웨단씨는 중국인들에게 “남산에 갈 때마다 매번 프러포즈하는 한국인을 볼 수 있었다”면서 “한국은 참 낭만적인 나라”라고 소개했다.

박정하 베이징지사장은 “드라마의 인기는 관광유치 광고보다도 훨씬 더 파급 효과가 크다”면서 “태양의 후예의 인기가 중화권 관광객 유치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