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일 뿐” 돌아온 챔프의 꿈… 마흔 넷 최용수, 4월 16일 13년 만에 링 복귀전

입력 2016-04-16 04:02
WBA 슈퍼페더급 세계챔피언 출신인 최용수가 44세의 나이에 링에 복귀한다. 그는 “침체된 복싱의 인기를 끌어 올리고, 중년의 나이에도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뉴시스
최용수(오른쪽)가 1997년 10월 5일 일본 도쿄 코쿠기칸에서 열린 하다케야마 다카노리와의 WBA 슈퍼페더급 6차 방어전 경기 모습. 뉴시스
“현역 선수시절의 모든 순간들이 제 기억에 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과거의 일들이 후회되기 마련이지 않나요. 저 또한 그랬고요. 제가 다시 링에 서는 이유입니다”

전 복싱 세계챔피언 최용수(44)가 아름다운 도전을 시작한다. 최용수는 16일 오후 3시 고향인 충남 당진의 호서고체육관에서 열리는 한국권투연맹(KBF) 전국신인왕전 4강전 메인이벤트를 통해 13년 3개월 만에 링에 오른다. 최용수는 15일 대회를 하루 앞두고 계체량 측정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몸 상태는 정말 좋다. 지난 6개월간 복귀전을 위해 훈련하면서 준비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최용수는 이번 복귀전에서 나가노 카즈야(30·일본)와 맞붙는다. 최용수보다 14살 이나 어린데다 왼손잡이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최용수는 “상대가 누군지 정확히 잘 모른다. 현역시절에 대회를 준비하던 것과 변함없이 준비했다”며 “꾸준히 운동했기 때문에 나이 차가 크다고 체력에서 밀리는 모습 보여주지 않겠다. 부담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용수는 1995년 10월 세계권투협회(WBA) 슈퍼페더급 세계챔피언에 올랐던 한국 프로복싱의 아이콘이었다. 1998년까지 7차 타이틀 방어에 성공해 3년여 간 정상을 지켰다. 이후 8차 방어전에서 일본의 하타케야마 다카노리에게 판정패로 타이틀을 내줬다. 2003년 1월에는 세계복싱평의회(WBC) 타이틀전에서 태국의 시리몽콜 싱마나삭과의 경기를 끝으로 링에서 내려왔다. 통산 전적은 34전29승(19KO)4패1무였다.

최용수는 은퇴 이후 잠시 격투기 선수 생활을 했고, 경기도 시흥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체육관을 열고 지도자로 활동했다. 그는 “보통 체육관장과 똑같았다. 운동을 가르치고 스스로 체력관리를 하면서 생활해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최용수는 링 복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마흔이 넘은 적지 않은 나이였다. 그는 “현역시절 처음 링에 올라 벅찼던 순간부터 2003년 링에서 내려올 때까지 모든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들이 기억에 남기 때문에 후회되는 부분들도 많았다”며 다시 링에 오르는 이유를 설명했다.

최용수는 복귀를 결심하고 ‘영원한 스승’ 김춘석(67) 관장을 찾아갔다. 김 관장은 “본인이 복귀를 강력히 원했다. 진정으로 복싱을 사랑하는 선수”라며 “처음에는 복귀를 말렸다. 하지만 본인의 생각이 완강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관장은 최용수의 복귀전에 대해 “이기고 지는 건 중요치 않은 시합”이라며 “자신이 연습한 만큼을 팬들 앞에서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도전 자체에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최용수는 이번 복귀전을 통해 한국 복싱계의 침체된 인기를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중년의 나이에도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세상에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