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發 ‘치킨게임’에… 고프로 주가, 8개월새 1/7 토막

입력 2016-04-16 04:00
고프로 ‘히어로4 세션’. 고프로 제공
세계 액션캠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고프로가 흔들리고 있다. 액션캠 시장이 정체 상태인 데다 샤오미를 필두로 한 후발 업체들의 가격 공세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프로의 주가는 최근 8개월 사이 7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2014년 기업공개(IPO) 당시 주당 24달러였던 고프로의 주가는 지난해 8월 64.74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하염없이 추락하며 14일(현지시간) 주당 13.76달러에 거래됐다. 8개월 만에 7분의 1 수준으로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실적 부진에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건스탠리는 고프로의 1분기 실적 예상치로 매출 2억4900만 달러(약 2800억원)를 제시했다. 증권가 컨센선스인 2억5400만 달러보다 낮은 것이다. 고프로의 지난해 4분기 4억3500만 달러에 비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고프로는 액션캠 분야에서 절대 강자다. 액션캠은 야외활동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몸에 부착하고 다니는 소형 카메라다. 서핑, 자전거 타기 등 야외활동이 활발한 미국에서는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주 사용되며 점차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낮은 진입 장벽 탓에 후발 주자들이 무섭게 추격해 오고 있다. 중국 샤오미는 고프로와 비슷한 외형의 액션캠 이(Yi)를 판매 중이다. 가격은 399위안(약 7만5000원)에 불과하다. 브랜드와 성능에서 고프로가 샤오미보다 월등히 높지만 파격적인 가격은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샤오미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깜짝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액션캠 시장에서도 샤오미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미국 IT전문매체 리코드는 “스마트폰 혁명 덕분에 고품질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기계가 소형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고품질 카메라의 가격은 점점 더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프로는 가장 최신 제품인 ‘히어로4 세션’ 제품의 가격을 두 차례 인하하며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7월 499달러에서 9월 299달러로 가격을 내린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199달러로 다시 가격을 깎았다. 그러나 가격 인하가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매출 하락이라는 부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

고프로는 제품 경쟁력 강화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최근 애플 출신의 베테랑 디자이너 대니얼 코스터를 디자인 부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외부 개발자들이 고프로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자 프로그램도 새로 선보였다. BMW, 피셔 프라이스, 페리스코프 등 100여개 업체와 협업에 나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고프로는 최근 드론 시장 진출도 선언했다. 신규 사업이 있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드론 시장은 이미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프로의 드론 시장 공략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