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합동분향소 안에 있는 ‘416희망목공방’엔 5명의 목수가 있다. 전부 2년 전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자녀를 잃은 아버지들이다. 목수라고 하기엔 5명 모두 목공을 배운 지 1년도 안됐지만 그들이 만든 작품들은 꽤 그럴 듯했다. 박성빈양 아버지 박영우(58)씨는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기 전까지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유미지양 아버지 유해종(55)씨는 철골 제작 일을 했다. 버티기 힘들 때마다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유씨는 지난 8월부터 이곳에서 목공을 배우며 냄비받침대 휴지케이스 책꽂이 선반 등을 만들었다. “철은 만지면 차갑기만 한데 나무는 따뜻해요. 그 촉감이 무거운 마음을 가라앉혀줘요. 나무 냄새를 맡으면서 마음에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이수연양 아버지 이재복씨는 목공용 끌로 나무를 깎고 있었다. 못을 사용하지 않는 전통기법인 짜맞추기 방식으로 탁자를 만드는 중이었다. 하나하나 완성품이 생길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이 좋다고 했다. 이씨의 작업대에는 휴지케이스와 수납장 등이 잔뜩 쌓여 있었다. 다음 달 14∼15일 분향소에서 장을 열고 이들이 만든 물건을 팔기로 했는데, 이씨는 이때 딸의 방을 꾸밀 생각이다. “딸이 살아있다면 생활하고 있을 방을 만들 겁니다. 그리고 그 안에 제 손으로 직접 만든 침대 책상 선반 수납장을 채워 넣을 거예요.” 유가족들은 여기서 생긴 수익금을 안산 지역 아동센터에 기부할 계획이다.
희망목공방이 문을 연 건 지난해 7월이다. 참사 이후 희망을 잃어버린 아버지들에게 소일거리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박인환(안산 화정감리교회) 목사 주도로 목공방을 차렸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에서 각종 기계와 공구 비용 등을 지원했다. 컨테이너 2동을 덮는 천막을 마련하는 데 드는 돈은 서울 청파감리교회(김기석 목사)가 후원했다. 기감에선 지금도 매달 나무를 구입해 제공하고 있다. 박 목사와 아버지들은 희망목공방을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형태로 발전시켜 유가족들의 경제활동을 도울 계획도 가지고 있다.
안홍석(용인 고기교회) 목사는 매주 목요일 이곳에서 목공을 가르친다. 2009년부터 교회에서 목공소를 운영한 안 목사는 목공 전문가다. 박 목사도 매주 이곳에서 아버지들과 함께 목공을 배운다. 분향소 안 컨테이너 가건물에 마련된 ‘기독교 예배실’에 있는 나무 십자가 조각도 박 목사가 만든 것이다.
이씨가 탁자 만드는 걸 옆에서 돕던 안 목사는 목공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비슷하다고 했다. “목공은 톱으로 자르는 수직 작업과 대패로 깎는 수평 작업이 기본이에요. 수직과 수평은 마치 십자가의 모습과도 같죠. 또한 짜맞추기 방식으로 만든 물건은 전부 다 대칭으로 돼 있는데, 잠자리 날개 두께 정도의 오차만 생겨도 눈에 확 띕니다. 설계부터 마감할 때까지 모든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져 있지 않으면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오차 없이 완벽해야 한다는 점에서 목공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도 같습니다.”
안산=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세월호 안산합동분향소 ‘416희망목공방’, “아이 다루듯 다듬고 꾸미고… 가슴에 굳은살 오를 때까지”
입력 2016-04-15 20:15 수정 2016-04-17 1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