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바뀌는 계절처럼 서른여섯 번째의 장애인의 날(4월 20일)이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들의 재활·자립 의욕을 북돋우고, 장애인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자 정부에서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을 제정하면서 지정됐다.
해마다 이날을 기념하면서 지역마다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또한 4월은 정부가 장애인고용촉진을 강조하는 달이기도 하다. 캠페인 및 장애인고용촉진대회가 개최되는 등 장애인들에게 있어 4월만큼은 따스한 봄날처럼 포근하고 의미가 남다른 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에게 씁쓸함과 공허감이 되풀이되는 아쉬운 달로 다가오는 이유가 뭘까.
벌써 십여년이 지난 일이다. 연세가 제법 되신 장애인 한 분이 지사를 찾아와 구직 상담을 진행했는데, 그의 이야기에 나는 적잖이 놀란 적이 있었다. 본인은 꽤 건실한 사업체를 운영했던 비장애인으로서 당시 단체나 기관에서 장애인 고용을 권유받았지만 관심을 전혀 두지 않았다고 한다.
몇 년 후 사업은 도산했고, 거기다가 지병으로 장애인까지 되는 아픔을 겪게 되었다. 스스로 취업을 하고자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하자 우리나라가 장애인 고용에 있어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분개했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이 비장애인으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을 당시 장애인 고용을 한없이 외면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지금의 현실이 당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을 의무고용해야 하는 법적 비율은 상시근로자 대비 2.7%다. 의무고용이 시작된 91년도에 장애인 고용률이 0.34%에 지나지 않았던 게 2015년 6월 기준으로 2.55%까지 끌어올린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30대 기업집단의 장애인 고용률이 1.90%로 매우 인색하고, 1000인 이상 대기업으로 확장해도 2% 겨우 넘는 수준이다. 게다가 진정한 장애인 고용이라 할 수 있는 중증장애인 고용은 아직까지 요원하기만 하다. 장애인 고용률 2.55%의 계량적 수치가 그다지 의미 있는 숫자로 보이진 않는다. 그리고 이 수치가 나아질 기미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장애인고용이 왜 중요한가’라는 단순한 질문에 단순하게 답변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과 가족이 비(非)장애인이 아닌 비(備)장애인이라서 중요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장애는 언제 어디서, 본인이든 가족에게든 누구에게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사업주 한 사람 한 사람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단순히 일자리 하나를 제공하는 데, 장애인 한 명을 돕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고용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사업주였을 당시 외면했다가 정작 본인이 장애인 되었을 때 우리나라 장애인고용 현실에 개탄하는 모순된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장애인들에 대한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준비돼 있지 않는다면 장애인의 달인 4월은 항상 씁쓸하고 공허감이 우리 모두에게 되풀이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장애인고용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우리 모두가 비(備)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는….
홍성훈 장애인고용공단 부산지사장
[기고-홍성훈] 非장애인, 備장애인
입력 2016-04-15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