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정당이 20대 국회 원내진입에 실패했다. 기독자유당은 정당득표율 2.63%(62만6853표)를 얻으며 역대 선거보다 선전했지만 원내진입 하한선인 3%에 이르지 못했다. 기독당이 0.54%(12만9978표)를 획득, 표가 분산되면서 결국 기독정당의 이름으론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기독정당은 선거 때마다 등장했지만 매번 교계 전체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이번에 등장한 기독자유당과 기독당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임성빈 장신대 교수는 14일 “신앙적 열정과 세상에 대한 염려를 정치적 움직임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기독교 내에서 충분한 합의와 토론이 필요하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영훈 대표회장과 한국교회연합 조일래 대표회장 등 교계 지도자들이 기독자유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는데도 한국교회 다수의 힘이 실리진 못했다.
공감대 획득을 위한 과정이 생략되면서 기독자유당과 기독당조차 하나 되지 못했다. 두 당이 힘만 모았다면 3%를 넘어 비례대표 1석을 얻을 수 있었다. 한 기독 의원은 “하나님 나라를 세우겠다고 하면서도 결국 하나님의 뜻보다 개인의 정치적 입지나 소욕을 앞세웠기 때문에 하나 되지 못했던 것 아니냐”며 “분열 때문에 단 한 명도 비례대표를 배출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일”이라고 지적했다.
교계 내부의 분열과 이로 인한 부정적 인식 등이 겹치면서 기독정당은 일반 유권자들에게 선택 대상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일반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된 ‘공당’의 이미지를 주기에는 당의 정책도, 당을 대표하는 후보 일부도 함량이 부족했다.
여론조사기관 지앤컴리서치 지용근 대표이사는 “기독정당과 직접 관련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유권자들에게 기독정당은 아예 ‘구매고려군’에 포함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동성애와 이슬람 확산을 우려하며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워 이슈화에는 성공했지만 표로 연결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주요 정당들은 정치·경제 개혁 등 한국사회의 주요 현안들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펼쳤지만 기독정당은 이들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 없이 동성애·이슬람 문제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는 “목사들이 동성애, 이슬람에 대해 느끼는 위기의식을 평신도들은 그만큼 절실하게 느끼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일반 성도들의 정치적 선택에 대한 목회자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는 “유력한 교계 지도자들과 목회자들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득표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많은 개신교인들이 정치 문제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교회와 현실정치의 관계, 기독정당의 필요성과 가능성,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 등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한편 기독자유당을 조직한 전광훈 후원회장은 “기독자유당을 지지해 준 63만명과 함께 미래 대한민국을 바꿀 1000만명 회원조직을 만들 것”이라며 차기 총선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기독자유당 63만 표 선전했지만… 높은 현실의 벽
입력 2016-04-14 21:12 수정 2016-04-15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