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가 탄생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던 경제 법안들의 운명이 위태해졌다. 정부는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29일까지 쟁점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개혁 등을 향한 국민의 싸늘한 평가가 이번 총선 결과에서 확인된 만큼 정부가 전체적인 경제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력 잃은 경제법안=4·13총선 결과 여당인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는 데 그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우선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 노동 4법안은 여야가 정면충돌해 왔기 때문에 원안대로 일거에 국회 처리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당도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며 파견법은 강력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더민주의 제1당이라는 지위가 무작정 정부안에 반대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은 “국회 제1당이 되면 경제에 대한 책임감도 커지기 때문에 더민주가 19대 국회처럼 노동4법을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1당인 더민주와 제2당인 새누리당 모두 강력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눈치를 봐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4개 법안을 한번에 처리한다는 입장이었지만, 20대 국회에서 파견법 외 3개 법안을 먼저 처리하고 파견법은 야당과 협의를 통해 수정안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제정도 힘들게 됐다. 야당은 이 법에서 보건의료를 서비스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을 의료민영화로 보고 반대해 왔다.
금융 당국이 추진했던 주요 쟁점법안의 처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한국거래소를 개편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새누리당과 더민주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야당 의원이 지주회사 본사 소재지를 부산에 둔다는 조항에 반대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과 관련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은 더민주가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당이 은행법 개정안에 긍정적 입장이어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가 밀어붙이던 금융권 성과주의 연봉제 도입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최소한 자본시장법이라도 처리해 거래소 개편을 이루기 바라지만 19대 국회의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 재선에 실패해 남은 기간 법안 처리가 이뤄지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책 전환 가능성?=정부는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경제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6단체장 간담회에서 “경제활성화 법안 모두를 19대 국회 내 처리해 달라는 경제계의 간곡한 호소가 꼭 결실을 거두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정책 기조에 대해선 “경제정책은 대외 여건이나 국민경제 상황을 바라보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입장 같은 것과는 관계없이 정부는 당초 기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누리당이 다수당 자리를 잃은 만큼 정부가 기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긴 힘들 것”이라면서 “야당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형태로 경제정책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무래도 새로운 형태의 구조개혁 이슈를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고 현재까지 내놓은 정책을 야당과 합의하는 식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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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