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도 설립 노조는 무효” 첫 판결

입력 2016-04-14 20:57
근로자가 아닌 회사가 주도해 설립한 노조는 무효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한 노조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14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유성기업과 회사 측 노조(제2노조)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 설립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부는 2011년 1월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놓고 사측과 갈등을 빚었다. 회사는 노사분규가 벌어지자 그해 4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았다. 창조컨설팅은 ‘온건·합리적인 제2노조 출범’이란 명목으로 복수노조 설립을 제안했다. 회사 측은 이 제안에 따라 노조 설립 총회를 열고 새로운 노조를 설립했다. 기존 노조는 “사측이 설립한 노조는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기존 노조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회사가 설립한 노조는 설립 자체가 회사의 계획·주도하에 이뤄졌고 설립 이후 조합원 확보, 조직 홍보·안정화 등 운영 전반이 모두 회사에 의해 수동적으로 이뤄졌다”며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단결해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한다’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