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에서는 철옹성 적진(敵陣)에 뛰어들어 생환에 성공한 정치인이 적지 않다. 지역감정의 벽에 도전해 의미 있는 성과를 일군 이들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당선인은 새누리당 텃밭인 서울 강남을에서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를 꺾는 파란을 연출했다. 이 지역은 1992년 14대 총선 때 홍사덕 전 의원이 야당인 민주당 깃발을 들고 당선된 이래 새누리당이 ‘불패 신화’를 써온 곳이다.
전 당선인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19대 총선에서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전 당선인은 14일 새벽 당선이 확정되자 “하늘나라에 있는 남편도 기뻐할 것”이라며 “사교육비 절감 공약 등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더민주는 ‘제2의 강남’으로 불리며 그간 여당 후보 당선이 당연시되던 경기 성남 분당에서도 당선인들을 배출했다. 게임업체 웹젠의 이사회 의장 출신인 더민주 김병관 당선인은 분당갑에서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1991년 분당신도시가 조성된 뒤 총선에서 야당 후보가 이곳에서 이긴 건 처음이다(재보선 제외).
김 당선인은 선거전 내내 새누리당 권혁세 후보에 뒤졌지만 무서운 뒷심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IT강국을 부활시켜 대한민국 미래를 차곡차곡 준비해 나가겠다”고 썼다. 더민주 김병욱 당선인 역시 새누리당 아성인 분당을에서 당선되는 이변을 만들었다.
영호남 지역주의에 도전해 ‘작은 기적’을 만든 정치인도 많다. 새누리당 이정현, 정운천 당선인은 야권 텃밭인 전남 순천, 전북 전주을에서 각각 당선됐다. 특히 이 후보는 2014년 7·30재보선에 이어 ‘호남 재선’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더민주 김부겸 당선인은 야권 불모지인 대구에서 배지를 거머쥐었다. 더민주 공천심사에 탈락하자 무소속으로 대구에 출마해 당선된 홍의락 당선인도 이번 ‘총선 드라마’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지역주의 타파의 ‘바람’을 타고 험지에서 살아남은 케이스가 가장 많았던 곳은 여당 텃밭인 부산·경남(PK) 지역이었다. 더민주는 부산에서만 김영춘(부산진갑) 박재호(남을) 전재수(북강서갑) 최인호(사하갑) 김해영(연제) 등 당선인 5명을 만들어냈다. 경남에서도 같은 당 민홍철(김해갑) 김경수(김해을) 서형수(양산을) 등 3명이 당선됐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야권은 문재인(부산 사상) 조경태(부산 사하을) 민홍철(경남 김해갑) 등 3명의 당선인을 배출하는 데 그쳤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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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진 한가운데 보란 듯 승리 깃발… 살아온 자들
입력 2016-04-14 21:20 수정 2016-04-14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