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에서 수도권 돌풍을 일으키며 새누리당 과반을 무너뜨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당내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 더민주는 당분간 ‘차르(러시아 전제군주) 김종인’ 체제로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당내 계파 구도는 여전해 6∼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내 역학구도 변화가 예견된다.
◇김종인 “정권교체에 매진하겠다”=더민주를 원내 제1당으로 이끈 김 대표는 1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가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의미는 새누리당 과반의석 붕괴”라며 “국민은 박근혜정부와 여당의 경제실패 책임을 준엄하게 심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총선 호남 참패에 대해 “인과응보”라며 “항상 실망만을 드렸는데 의석을 달라고 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민주의 잘못에 회초리를 들어주신 호남의 민심을 잘 받아 안겠다.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분골쇄신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김 대표는 총선 이후 목표가 정권교체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제 정권교체의 길로 매진하겠다”며 “더민주를 수권정당으로 만들고 최적의 대선 후보를 만들어 유능한 정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측근에게 “대선 승리를 위해 더민주와 야당 간 연합이 있어야 안정권에 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 대표가 야권통합 의지를 피력함에 따라 총선 과정에서 빚어졌던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는 당권이나 대권 도전 여부에도 즉답을 피하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앞서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앞으로 시간이 좀 있기 때문에 누가 (대표를) 맡아갈 것이냐는 논의가 많이 될 것”이라며 “미리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권 도전에 대해서도 “가급적 그런 얘기에 대해 단정은 안 하려 한다”고 했다.
총선 후 첫 일정으로 찾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김 대표는 서울 강남을에서 승리한 전현희 당선인을 업어주기도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전날 당대표실에 축하난을 보냈다.
◇여전히 복잡한 더민주 계파 구도=총선 이후에도 더민주의 최대 계파는 친노(친노무현) 진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희상 원혜영 당선인 등 친노 중진과 홍영표 박남춘 전해철 당선인 등 친문 핵심 그룹, 노무현정부 출신인 김경수 최인호 전재수 당선인, 그리고 표창원 조응천 당선인 등 신문(신문재인) 그룹 상당수가 ‘금배지’를 달았다. 컷오프 후 무소속 출마한 ‘친노 좌장’ 이해찬 당선인도 복당을 공언하고 있다. 범친노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정세균계’와 운동권 그룹도 상당수 당선됐다.
가장 약진한 그룹은 지난해 분당 국면에서 통합을 외쳤던 ‘통합행동’ 소속 정치인들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정장선 전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당선됐다. 박영선 송영길 조정식 당선인은 4선, 민병두 정성호 당선인은 3선의 ‘중진’이 됐고, 김부겸 김영춘 당선인은 각각 여당 텃밭인 대구와 부산에서 당선돼 당내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당내에서는 이들이 총선 승리와 김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 속에 숨죽이고 있지만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대 국면에서 충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송영길 당선인은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고, 지난해 전대 경선 직전 사퇴한 정세균 당선인의 출마도 예견된다. 이찬열 김병욱 임종성 당선인 등 ‘손학규계’ 인사들이 ‘손학규 등판론’과 관련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김 대표와 친노·운동권 진영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한 당직자는 “김 대표가 당 정체성에 손을 대는 순간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며 “비례대표 공천 파동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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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5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