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14일 사퇴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역구인 부산에서 당선인사를 한 뒤 당분간 머물며 민심을 추스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자신이 진두지휘한 전국 선거에서 원내 과반 확보는커녕 제1당 자리마저 야당에 빼앗기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박민식 서용교 의원 등 측근들이 낙선하고, 정치적 기반인 부산에서 야당에 5석을 내준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당내 확실한 우군이 많지 않아 앞으로 험난한 길을 가야 하는 형국이다.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한 김 대표는 초췌한 얼굴이었다. 전날 부산에서 투표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이날 새벽 퇴원했다. 김 대표는 “국민이 매서운 회초리로 심판했고 참패했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오늘로 당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예정된 사퇴였지만 패장의 모습을 예상한 이는 별로 없었다. 선거 결과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대참패로 나타나면서 “뒷마무리는 하고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했던 말도 지키지 못하게 됐다.
김 대표는 해단식 후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제가 대표직에 있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공천을 주도한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 등 친박(친박근혜)계의 책임론에 대해선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고 거듭 밝혔다. 네 탓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란 얘기다. 김 대표 측 인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향후 당 지도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가 결정되면 김 대표는 지역으로 내려가 주민들에게 당선인사를 하고 조용히 지낼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 주변에선 그가 ‘독박’을 쓰는 데 대한 불만도 나왔다. 선거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유승민 찍어내기’로 상징되는 오만한 공천과 친박의 과도한 ‘박근혜 마케팅’ 때문인데, 왜 김 대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나야 하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 대표 측 인사는 “당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 큰소리치던 이 전 위원장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친박은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이 현역 프리미엄만 지켰을 뿐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공천 막판 ‘옥새 파동’이 지지층 이탈로 이어졌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르면 다음 달 치러질 조기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당권을 잡는다면 김 대표에 대한 견제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가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이상 정치적 시련기를 딛고 예상보다 빨리 대선 행보를 시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잠재적 경쟁자로 꼽혔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이번 선거에서 줄줄이 패하면서 여권 내 주자군은 급격히 줄어든 상황이다.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관련기사 보기]
막내린 ‘무대’… 대선 첫걸음부터 ‘가시밭길’
입력 2016-04-1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