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보다 더 힘겨운 테러와의 ‘SNS 전쟁’

입력 2016-04-15 04:1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의 중앙정보국(CIA)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만약 이 계정이 차단되거나 해킹당해도 나는 3분 안에 새 계정으로 돌아올 거야.”

올 초 ‘아부 알왈리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트위터리안이 자신의 계정이 차단되자 쓴 글이다. 그는 이슬람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활동을 응원하고 테러활동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글을 주기적으로 올렸다. 심지어 IS가 추구하는 이상세계를 홍보하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32명이 사망한 벨기에 브뤼셀 테러 직후에는 추가 테러를 암시하는 글도 남겼다. “IS에 대항해 싸우려는 모든 국가에 ‘비극적인 날’을 선사하겠다.”

트위터 측은 즉시 이 계정을 차단했지만 알왈리드는 곧 464번째 계정으로 유령처럼 다시 나타났다. 수천명의 IS 추종자들이 그를 다시 팔로잉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 업체가 ‘IS 온라인 전사’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몇 주가 걸렸던 계정 차단 작업이 최근에는 몇 시간 만에 처리되는 등 공격적으로 대응하지만 역부족이다.

트위터는 지난달에만 2만6000개 넘는 IS 관련 계정을 막았다. 지난 9월 차단한 계정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8개월간 차단한 관련 계정만 12만5000개에 이른다.

IS의 온라인 전사들은 강하게 맞선다. 지난달 생성된 IS 관련 트위터 계정은 2만1000여개로 지난 9월(7000개)보다 3배나 늘었다. 이 계정들은 아랍어뿐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많게는 12가지 언어로 글을 올리며 IS를 선전한다. 하지만 누가 계정을 관리하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다. 트위터 측은 “이들 계정이 개인의 것이 아니고 IS 공식 창구로서 사용되고 있다”며 “여러 사람이 여러 계정을 돌아가면서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는 화질이 낮은 비디오로 직접 촬영한 장면을 미디어에 배포하는 방식에 머물렀다. 반면 IS는 24시간 트윗을 날리거나 유튜브에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노이즈 마케팅을 펼친다. 이라크와 시리아 등 한정된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IS가 전 세계에서 추종자를 모집하고 자금을 축적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WSJ는 “문명의 충돌이 온라인상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다”며 “전형적인 기술전쟁”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IS는 러시아 메신저 텔레그램 같이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플랫폼으로 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이념선전 외에도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소총과 기관총, 미사일까지 거래되는 암시장으로 페이스북이 이용된다. 페이스북은 지난 1월부터 개인무기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사용자의 적극적인 신고를 독려하는 식으로 대응하지만 효과는 별로 없다. 마이클 스미스 크로노스자문사 대표는 “IS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더 급진적이고 영향력 있게 테러리스트를 양성한 테러집단은 역사상 없었다”고 우려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