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신학’ 태동

입력 2016-04-14 18:40 수정 2016-04-14 21:34
세월호 참사 2년을 맞으면서 한국교회 안에 ‘세월호 신학’이 형성되고 있다. ‘공공성과 사회적 구원’ ‘우는 자와 함께 우는 하나님’ ‘부활·영광의 하나님’이 특징이다. 이른바 ‘신정론(神正論)’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통에 직접 뛰어드는 하나님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신정론에서는 악과 고통의 원인을 하나님의 뜻에서 찾곤 한다.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교회를 돌아본다’ 신학 강좌는 신정론 신학을 반성하는 자리였다. 고영근목민연구소의 고성휘 이사장은 “너무 쉽게 하나님 뜻으로 수긍하라는 주장에 유가족들은 또 한 번 고통을 받는다”며 “신정론이 참사의 원인을 하나님의 뜻에서 찾으려는 것은 희생자가 아니라 가해자 편에서 생각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신학 담론은 또 사회·정치 영역에 무관심했던 기독교 신앙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고 이사장은 “한국교회는 신앙의 공공성 측면이 부족했다. 개인 영성에 치중한 나머지 세월호 참사 앞에서는 무기력했던 것”이라며 “교회는 하나님의 정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신학대학원대 김동춘(조직신학) 교수도 “남아공의 네덜란드 개혁교회가 발의한 벨하신앙고백서는 인종차별 정책을 진리가 위협받는 상태이자 이단이라고까지 천명했다”며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견해는 신앙 색깔의 차이가 아니라 그 자체가 신앙의 본질 문제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구원과 사적 경건에 머물고 있는 신앙인들이 세월호의 아픔에 공감하는 대열까지 나오는 데에는 신앙본질 전환의 결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서울신대 박영식(교양학부) 교수는 하나님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하나님은 고통당하는 자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짊어지신다”며 “주님은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고통의) 현실을 극복하고 당신의 나라를 반드시 이루시리라는 의지를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세월호 신학을 형성해온 논의는 2014년 성서한국이 주최한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교회의 성찰과 과제’ 포럼이 시초다. 이후 ‘세월호 이후의 신앙과 신학을 위한 집담회(생명평화마당)’ ‘세월호 이후의 한국 사회와 신앙(한국여신학자협의회)’ 등 토론이 이어졌다.

출판 분야에서도 ‘세월호와 역사의 고통에 신학이 답하다’ ‘사회적 영성: 세월호 이후에도 삶은 가능한가’ ‘남겨진 자들의 신학’ ‘세월호 이후 신학’ ‘그 날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 등이 출간되며 신학화에 불을 붙였다.

세월호 신학은 디트리히 본회퍼의 ‘십자가 신학’이나 위르겐 몰트만의 ‘희망의 신학’처럼 당대 그리스도인 개인이나 교회가 경험하는 현실을 신학적으로 해명하는 작업이다.

신상목 김나래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