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투기, 발트해 美 구축함에 9m 초근접 위협비행

입력 2016-04-14 21:31 수정 2016-04-14 21:36
러시아 SU-24 전투기 2대가 지난 12일(현지시간) 폴란드 인근 발트해 공해상에서 훈련하고 있던 미국 해군 소속 유도미사일 구축함 도널드쿡(DDG 75) 주변을 근접 비행하고 있다. 러시아 전투기들은 전날에도 이 구축함 주변에서 비행했으며 구축함에서 불과 9m 거리까지 다가오기도 했다(오른쪽 작은 사진). 미 해군

북유럽 발트해에서 폴란드군과 연합훈련 중인 미군 구축함에 러시아 전투기가 또다시 초근접 비행을 시도했다. 구소련 해체 이후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으려는 러시아와 이를 견제하는 미국의 신경전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미 해군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1일과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전투기와 헬기가 폴란드 인근 발트해 공해상에서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도널드쿡(DDG 75)에 수차례에 근접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에 따르면 먼저 11일 오후 3시쯤 폴란드군 헬기를 갑판에 착륙시키고 있던 도널드쿡 구축함에 비무장 SU(수호이)-24 전투기 2대가 접근했다. 이 중 1대는 약 9m 거리까지 접근해 수면에 파문을 남겼다. 러시아 전투기가 위협적인 거리까지 근접하자 미군은 훈련을 즉각 중단했다.

12일 오후 5시쯤에도 러시아 KA(카모프)-27 헬릭스 헬기가 구축함에 7차례 선회비행을 했다. 이어 약 40분 뒤 SU-24 전투기 2대가 저공 근접 비행을 했다. 이들은 영어와 러시아어로 된 경고방송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미국은 바다에서 위협적 행위를 금지한 양국의 1973년 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도발은 공해 및 국제공역상 군사훈련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반면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은 이번 일을 ‘사소한 사고’로 치부했다.

발트해는 러시아 영토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칼리닌그라드주를 제외하고 미국의 동맹인 유럽연합(EU) 소속 국가에 둘러싸인 곳이다. 북해와 북극해에서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러시아로서는 전략적으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더욱이 ‘발트 3국’인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가 구소련 해체 이후 EU에 가입하고, 핀란드마저 중립국 유지 여부를 고민하면서 러시아는 더욱 분주해졌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 뒤 지난해 5월 발트해에서 북해 함대 소속 8만여 병력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