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행보 ‘시스템’ 구축… ‘강철수’ 변신 면모도 자산

입력 2016-04-14 21:02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14일 서울 마포당사에 마련된 선거 상황판에 4·13총선 당선인들의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오른쪽은 김성식 당선인. 구성찬 기자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대약진하면서 당의 최대 주주인 안철수 공동대표의 대권가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로 안 대표를 꼽는 이도 많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안 대표는 한때 40%를 웃도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치에 입문한 뒤 그의 인기는 서서히 사그라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입당→탈당→국민의당 창당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반전이 시작된 건 총선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였다. 국민의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전이 예측됐고, 실제 선거에서 예상을 웃도는 38석을 확보했다.

4년 전 대선에서 자신을 조력할 ‘조직’이 미비해 후보직을 양보했던 안 대표로서는 대권행보를 지원할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선거 과정에서 야권 단일화를 끝까지 거부하며 우유부단하다는 기존의 이미지를 희석시킨 것도 안 대표가 거둔 성과로 꼽힌다. 총선이라는 전국 단위 선거를 진두지휘한 ‘경험’ 역시 정치적 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안 대표가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안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라이벌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그러나 ‘호남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국민의당은 안 대표에게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 안 대표는 앞으로 호남의 지지를 다져나가면서 당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모호한 당의 정체성도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두 정당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만 보일 경우 안 대표의 대권 행보에도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크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14일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국민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욕심을 앞세우는 모습만 보일 경우 안 대표의 인기도 쉽게 식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안정된 정치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호남 외의 다른 지역의 민심, 다양한 성향의 유권자 마음을 얻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안 대표가 재도약에 성공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안 대표가 정치를 시작할 때 내건 ‘통합의 정치’ ‘소통의 정치’를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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