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대약진하면서 당의 최대 주주인 안철수 공동대표의 대권가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로 안 대표를 꼽는 이도 많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안 대표는 한때 40%를 웃도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치에 입문한 뒤 그의 인기는 서서히 사그라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입당→탈당→국민의당 창당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반전이 시작된 건 총선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였다. 국민의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전이 예측됐고, 실제 선거에서 예상을 웃도는 38석을 확보했다.
4년 전 대선에서 자신을 조력할 ‘조직’이 미비해 후보직을 양보했던 안 대표로서는 대권행보를 지원할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선거 과정에서 야권 단일화를 끝까지 거부하며 우유부단하다는 기존의 이미지를 희석시킨 것도 안 대표가 거둔 성과로 꼽힌다. 총선이라는 전국 단위 선거를 진두지휘한 ‘경험’ 역시 정치적 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안 대표가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안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라이벌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그러나 ‘호남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국민의당은 안 대표에게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 안 대표는 앞으로 호남의 지지를 다져나가면서 당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모호한 당의 정체성도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두 정당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만 보일 경우 안 대표의 대권 행보에도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크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14일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국민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욕심을 앞세우는 모습만 보일 경우 안 대표의 인기도 쉽게 식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안정된 정치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호남 외의 다른 지역의 민심, 다양한 성향의 유권자 마음을 얻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안 대표가 재도약에 성공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안 대표가 정치를 시작할 때 내건 ‘통합의 정치’ ‘소통의 정치’를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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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4 21:02